호주는 1978년 이후 백호주의를 공식적으로는 폐지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민자들이나 난민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로 인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2001년부터 시행중인, 난민들을 본토 대신 나우루 공화국이나 파푸아뉴기니 등 주변 군도(群島) 국가에 보내 수용하도록 하는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호주로 향하는 난민들을 아예 본토에서 격리시키는 정책입니다.
호주는 이들 국가에 난민 수용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돈을 낼 테니 귀찮고 복잡한 문제만 일으키는 난민은 가난한 너희들이 알아서 처리해달라는 것이지요. 2013년 토니 에봇 전 총리가 이끈 자유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이 정책은 더욱 강경하게 실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호주 대법원이 이 정책에 대해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이 문제는 세계적 이슈로 부각됐습니다. 전 세계 주요 언론이 대법원 결정과 이후 호주 주요도시에서 벌어진 시위를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소송은 방글라데시 출신의 한 난민 여성이 처음 제기했다고 합니다. 호주에 난민으로 들어온 이 여성은 나우루섬 수용소에 수감됐으나 임신한 상황에서 건강이 악화되자 치료를 위해 호주 본토로 보내졌습니다. 출산 뒤 다시 나우루섬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번에 패소한 것이지요.
난민을 주변 군도 국가로 보내 강제 수용하는 정부의 정책이 합헌 결정을 받음에 따라 현재 호주 본토에 머물고 있는 난민들도 나우루섬 수용소 등으로 보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군도 국가 수용소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폭행 사건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네요.
비판에도 불구하고 호주 정부는 정책기조를 바꿀 기미가 없어 보입니다. 이 정책을 시작한 토니 에봇 전 총리는 지난해 유럽의 난민 위기를 가리키며 호주 본토에 장벽을 세운 정책에 대해 “우리가 옳았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실로 ‘대단한’ 본토의 자부심입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