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지나치게 많은 퇴직금, 적법 절차 거쳤어도 배임"

입력 2016-02-05 14:27
퇴직을 앞둔 임직원이 회사 사정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받은 퇴직금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정모씨 등 행담도개발㈜ 전직 이사 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규정 신설 전 관행대로 계산해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정씨 등은 2008년 10월 근속연수 1년당 3개월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지급하도록 퇴직금 지급규정을 만들었다. 종전 1년당 1개월보다 퇴직금이 많아진 것이다. 당시 회사는 김재복 사장이 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추진 중이던 2단계 행담도 개발사업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었다. 연매출이 61억원인데 누적손실은 75억원에 달했다.

2010년 11월 이사직을 사임한 정씨는 바뀐 규정에 따라 퇴직금으로 9억8700여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또 다른 이사 강모씨는 1억2100여만원의 퇴직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행담도개발 이사회가 2008년 제정한 임원퇴직금 지급 규정은 회사의 자본충실을 해칠 뿐 아니라 회사 책임재산을 감소시켜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이를 근거로 퇴직금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정씨 등은 항소심에서 퇴직금 액수를 5억6600여만원과 6300여만원으로 각각 줄여 청구했지만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도 “경영권 상실 등으로 퇴직을 앞둔 이사가 최대한 많은 보수를 받기 위해 지나치게 과다한 보수지급 기준을 마련했다면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며 “주주총회 결의를 거쳤더라도 그런 위법행위가 유효하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9000만원을 이미 지급받은 정씨는 퇴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고, 강씨는 1100여만원만 퇴직금으로 받게 됐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