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벼랑끝 전술 구사하지 않는다?” 협상 대신 핵능력 고도화 주력

입력 2016-02-05 06:21

북한이 '김정은 시대'를 본격 선포할 5월의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앞두고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그에 앞서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먼저 발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관측이었다.

1∼3차 핵실험 때까지 장거리 미사일을 먼저 쏘고 나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조치가 취해지면 그것에 반발하는 모양새를 띠면서 핵실험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4차 핵실험부터는 핵과 미사일의 순서를 바꿔 대북 전문가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처럼 북한이 기존의 도발 패턴을 바꾼 것은 '선(先)협상, 후(後)확산'이라는 김정일 시대의 핵 및 대외 전략이 김정은 체제 들어 '선확산, 후협상'으로 전환된데 따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일 "김정일은 미국과 협상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협상의 주도권을 잡을 목적으로 핵실험이라는 '벼랑끝 전술'을 쓰곤 했다"면서 "하지만 김정은은 협상에 연연하지 않고 핵능력 고도화, 핵물질 증대 등 핵의 수직적·수평적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김정일이 미국의 적대적 정책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비핵화란 의제를 갖고 주변 국가와 끊임없이 조율하려고 노력한 반면 김정은은 이를 무시하고 주변국에 핵보유국에 대한 확고한 지위를 인정받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쉽게 결론이 나기 힘든 핵협상으로 시간을 끌기 보다는 일단 핵의 '선확산' 전략을 최대한 펼친 뒤 이를 토대로 자기가 원하는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 평화협정 체결 등의 의제를 놓고 미국과 협상을 벌이겠다는 김정은식 '마이웨이' 행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국제사회의 충격을 극대화해 북한에 대한 대응 능력을 떨어뜨리려고 핵실험 카드를 먼저 꺼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과거 패턴에서 벗어나 기습적으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순서를 바꿈으로써 외부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대응 능력을 떨어뜨리고 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위협 정도를 최대화하는 효과를 노리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내적으로는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명실상부한 핵보유국' 지위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최대 치적으로 선전해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장거리 미사일보다는 핵실험 준비가 먼저 완료되는 등 기술적 완성도의 선후 문제에 따른 단순한 이유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견해도 제시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