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오페라발레 예술감독 사퇴하는 벵자맹 밀피예 후임에 오렐리 뒤퐁

입력 2016-02-05 02:39

벵자멩 밀피예(39)가 4일(현지시간) 파리오페라발레 예술감독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왈(수석무용수) 출신으로 지난해 5월 은퇴한 오렐리 뒤퐁이 후임 예술감독으로 임명됐다.

밀피예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시즌이 끝나는 7월 15일까지 예술감독 업무를 수행한 후 파리오페라발레를 떠난다고 발표했다. 사퇴 이유에 대해 그는 “파리오페라발레 감독직이 명예롭지만 나완 잘 맞지 않는다. 나에겐 무용수들에게 영감을 받아 창작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의 다음 행선지는 2011년 자신이 만들었던 무용단인 LA댄스포르젝트다. 다만 다음 시즌에도 그와 파리오페라발레의 신작 작업은 계속될 예정이다.

개인적인 이유를 댔지만 해외 언론은 컨템포러리를 추구하는 밀피예와 정통성을 중시하는 발레단이 융합되기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파리오페라발레의 2015-2016시즌을 보면 2004년 프랑크푸르트 발레단을 해체한 이후 발레를 떠나있던 윌리엄 포사이스가 1년에 3개월씩 상임안무가로 활동한다는 소식과 함께 그를 비롯해 조지 발란신, 제롬 로빈스, 크리스토퍼 휠든, 저스틴 펙, 알렉세이 라트만스키 등 미국 출신이거나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안무가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마기 마랭, 보리스 샤르마츠, 제롬 벨, 안느 테레사 드 키에르스마커 등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안무가들의 작품도 여럿 있었지만 미국 안무가들이 수적으로 워낙 두드러졌다. 특히 NYCB의 전설인 발란신과 로빈스는 물론 현재 상주안무가인 펙의 작품이 2개 이상 포함됐다.

이 때문에 부정적인 측에서는 파리오페라발레가 ‘NYCB화 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파리오페라발레의 전통적인 전막발레는 누레예프 버전의 ‘라 바야데르’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파트리스 바르의 ‘지젤’ 등 3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2013년 1월 밀피예가 파리오페라발레 예술감독으로 임명됐을 때 무용계 일각에서는 그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바 있다. 당시 최종후보로 9명이 뽑힌 가운데, 마뉴엘 레그리-니콜라 르리쉬-로랑 일레어의 3파전이 너무 치열해서 징검다리 성격으로 아예 새로운 인물인 그를 뽑을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2016-2017시즌이 시작되는 9월 예술감독으로 공식 취임하는 뒤퐁은 파리오페라발레가 배출한 최고의 발레리나 가운데 한 명이다. 1983년 파리오페라발레학교에 입학해 1989년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한 그는 안정적인 테크닉과 탁월한 작품 해석력으로 1998년 에투왈이 됐다. 지난해 5월 ‘마농’으로 발레단을 은퇴한 그가 다양한 활동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됐지만 파리오페라발레 예술감독 취임은 다소 뜻밖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리오페라발레를 오랫동안 사랑해 왔다. 예술감독이 된 것은 내게 마지막 러브스토리”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나는 안무가가 아니다”며 밀피예와 달리 안무는 할 계획이 없음을 표명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