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두증 걸린 두 딸, 사람들은 '끔찍하다'고 하지만 내겐 기쁨입니다”

입력 2016-02-04 16:27
소두증에 걸린 두 딸을 키우는 하틀리 부부의 가족. 미국 워싱턴포스트

미국인 여성 그웬 하틀리(41)가 임신 19주차였을 때 초음파 검사상으론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녀의 두 번째 딸 클레어는 동화책같은 인생을 시작할 참이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만나던 남편과 결혼한 그웬은 이미 건강한 첫째 아들과 캔자스의 아늑한 집을 가지고 있었다.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면서 말이다.

클레어가 태어났을 때, 그웬은 사랑스러운 딸과 눈을 맞췄다. 그러면서 갓 태어난 아기의머리가 이렇게나 작은지 몰랐다는 생각을 했던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의사는 아기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몇 번의 오진 이후 그웬과 남편은 딸이 ‘소두증’이라는 기형을 가지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병원에서는 1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했다. 클레어가 한 살이 될 때까지 부부에겐 슬픔과 혼란뿐이었다. ‘완벽한 삶’에 대한 희망은 산산이 조각났다. 아이는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기약이 없었다.

하지만 5년이 흐른 후에도 클레어는 불가능에 도전하면서 삶을 이어갔다. 말을 하거나 걷지 못하고 심지어 똑바로 앉을 수도 없었지만 클레어는 행복하고 활기찼다. 부부는 다시 아기를 가질 생각도 할 수 있게 됐다. 유전자 검사를 해봐도 클레어의 선천적인 문제는 단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셋째 딸을 임신한 그웬이 26주차에 초음파 촬영을 했을 때, 의사들은 그녀에게 “아기의 머리가 너무 작다”고 말했다. 정상인 태아에 비해 5주 정도 성장 속도가 느리다고 했다. 소두증이 확실하다고 했다. 너무나 큰 충격에 그웬은 웃음이 났다. 남편은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클레어는 이제 15세 소녀가 됐다. 그리고 여동생 롤라는 곧 10살이 된다. 사람들은 클레어와 롤라의 생김새를 이상하게 쳐다봤고, 공포스러워했다. 부부에겐 너무나 고통스러운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은 바뀌었다. 완벽한 삶이란 생각하기 나름이었다. 그들은 완벽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겉모습은 달랐지만 그녀의 딸들은 또래와 비슷한 행동을 하면서 자라주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선택된 엄마이고, 내게 주어진 선물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웬은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때로 우리가 싸워 온 지난 15년의 생활에 감사하고, 때로는 우리가 두 번이나 겪어야 했던 일이 슬프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아이들로 인해 기쁨을 느꼈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2만5000여명의 아이가 소두증을 앓고 있지만 여전히 이 선천성 기형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세상은 작기만 했다. 그런데 최근 브라질에서 수천명의 여성들이 소두증을 가진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모기를 매개로 퍼지는 ‘지카바이러스’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카바이러스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바이러스 유행지역을 다녀온 여성들은 임신을 삼가라는 경고가 이어졌다.

그웬은 막내 롤라가 태어나고 몇 년이 지난 뒤 블로그를 시작했다. 가족들의 이야기와 사진을 게재했다. 포스팅은 재밌었고, 가슴 아팠고, 진솔했다. 지카바이러스가 세계적인 이슈가 되면서 블로그 방문자 수도 늘었다. 그웬은 자신이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람들은 소두증을 ‘끔찍한’ 선천적 기형이라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아요. 우리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덜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 가족은 행복하고, 우리의 삶을 사랑합니다.” 그녀는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