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수가 되겠다던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4일 트위터에서 또다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난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직에 오르며 연설할 때 보여주었던 오른손 주먹이 디지털 세상으로 옮겨온 것이다. 안 대표는 여덟 차례나 “싸우겠습니다”라며 주먹 이모티콘까지 첨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4일 트위터에 “미국 샌더스 대선후보의 ‘분노의 주먹’ vs 안철수의 ‘싸움의 주먹’”이라는 글과 함께 두 개의 기사를 링크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 디모인 코커스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사실상 비기는 기염을 토한 35년 사회주의자 경력의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의 굳게 뻗은 주먹을 담은 기사와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의 자신의 주먹을 촬영한 사진 기사였다.
안철수 대표는 이어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인정받고, 선한 사람들이 마음 상처 받지 않도록 국민 편에서 싸우겠습니다”를 시작으로 ‘싸우겠습니다’ 연작 시리즈를 선보였다. 싸움의 대상은 순서대로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세상”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기회가 박탈된 사회 구조” 등이다.
‘싸우겠습니다’의 대상은 계속 이어져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기를 포기하는 척박한 세상” “성실하게 일해도 노후를 걱정해야하는 세상” “빈부격차, 남녀격차, 세대격차, 교육격차, 지역격차, 대기업 중소기업 격차, 정규직 비정규직 격차 등 숨막히는 모든 불합리한 격차”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득권 양당구조” 등이 나열됐다. 각 대상 뒤엔 “(주먹)”이란 표현까지 붙여졌다.
안철수 대표는 마지막으로 “오늘 서울과 평양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총부리를 겨누는 세상을 물려주지 않기 위하여, 낡은 분단체제와 싸우겠습니다”라고 마무리했다. 주먹 이모티콘이 괄호 안에 따라붙어 있다.
안 대표를 투사로 변신하게 만드는 이들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나열은 사실 이틀 전 한밭체육관 연설문 안에 그대로 적시된 내용이었다. 그때도 단상의 안 대표는 “싸우겠습니다”에 목청을 쓰며 결기를 보여주려 애썼다. 버니 샌더스 돌풍으로 주먹이 새롭게 조명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트위터의 주먹 시리즈를 재연해 본 것으로 파악된다.
안 대표의 연설문 안에는 또한 “평범한 꿈을 꾸면 평범한 결과를 얻을 뿐”이라며 “담대한 꿈을 꾸어야 담대한 변화를 얻을 수 있다”라는 문구도 있었다. 이는 버니 샌더스와 마찬가지로 8년전 무명의 상원의원이었다가 사상 첫 미국의 흑인 대통령직에 오른 버락 오바마 캠프의 전매특허였던 ‘담대함(audacity)’이 녹아든 표현이다. 버니 샌더스의 주먹과 버락 오바마의 담대함이 부러운 안철수 공동대표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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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서 재연된 안철수의 주먹… 샌더스의 주먹과 오바마의 담대함
입력 2016-02-04 1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