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현준(25·FC 포르투)은 골을 넣고 그라운드 한쪽 구석으로 달렸다. 포르투갈 프로축구 FC 포르투에서 터뜨린 데뷔 골이었다.
동료들은 골 러시를 시작한 ‘신입생’ 석현준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며 안겼다. 석현준은 계속해서 달려오는 동료들에게 잠시 시간을 달라는 듯 양해를 구하며 왼쪽 코너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두 손을 하늘로 가리키며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통성기도였다.
눈을 지그시 감고 기도문을 낭독한 석현준의 표정은 평온했다. 방금 전 다이빙 헤딩슛으로 상대의 골문을 뚫은 ‘저격수’의 날카로운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동료들은 기도하는 석현준의 얼굴을 부둥켜안고 축복했다. 기독교와 가톨릭교 신자가 대부분인 포르투갈의 관중들은 환호와 박수로 석현준의 기도 세리머니에 화답했다.
석현준은 4일 포르투갈 바르셀로스에서 열린 비센테와의 2015-2016 포르투갈축구협회(FA)컵 4강 1차전 원정경기에서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1대 0으로 앞선 후반 14분 다이빙 헤딩슛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은 추가골을 터뜨렸다.
페널티박스 왼쪽 외곽에서 올라온 크로스의 낙하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해 골문 앞에서 몸을 날려 골문을 열었다. 지난달 20일 포르투갈 최고 명문 구단 포르투로 이적하고 처음 넣은 골이다. 석현준은 후반 30분 빈센트 아부바카르와 교체됐다.
포르투는 3대 0으로 완승했다. 4강 원정 1차전에서 완승을 챙겨 홈 2차전의 부담을 줄였다. 포르투는 다음달 3일 홈구장 에스타디우 두 드라가오로 비센테를 불러 2차전을 벌인다. 0대 2로만 져도 결승으로 진출할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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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04 14:45 수정 2016-02-04 1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