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나탈리 포트만의 남편으로 유명한 파리오페라발레 예술감독 벵자멩 밀피예(39)가 1년반도 채 안돼 사퇴한다.
프랑스 언론은 3일(현지시간) 2014년 9월부터 예술감독으로 일해온 밀피예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퇴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정확한 사퇴 이유는 기자회견 이후에 밝혀지겠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밀피예가 추구하는 발레단 운영 방향이 기존 시스템과 많이 충돌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그가 파리마치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발레의 미래는 밝지 않다. ‘백조의 호수’나 ‘라바야데르’나 같은 발레가 훌륭하긴 하지만 우리는 늘 객석을 채워야 한다는 상업적 압력을 받고 있다. 이제 발레학교에서 학생들을 무용수로만 가르쳐서는 안된다. 무용수들은 기금을 마련하는 것 같은 사업가 센스도 가져야 한다. 지금의 발레학교로는 미래에 필요한 좋은 무용수를 키워낼 수 없다”며 파리오페라발레 예술감독으로서 언급하기 어려운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밀피예는 2013년 1월 세계 발레의 종가로 불리는 파리오페라발레에서 브리짓 르페브르의 뒤를 이을 차기 예술감독으로 선정됐다. 당시 발레단 이사회는 파리오페라 수석무용수 출신으로 비엔나오페라발레 예술감독인 마뉴엘 레그리를 비롯해 9명을 인터뷰한 끝에 밀피예를 깜짝 선택했다. 밀피예의 경우 프랑스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뉴욕시티발레단에서 활동한 그가 선택된 것은 이변 그 자체였다. 파리오페라발레 이사회는 밀피예의 예술감독 임명 이유로 음악에 대한 깊은 지식과 고전발레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실험에 열린 자세를 꼽았다.
그는 리용 컨서바토리를 다니던 중 뉴욕시티발레단 부속학교에서 연수를 받은 뒤 아예 학교를 옮겼다. 그리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으로 유명한 안무가 제롬 로빈스의 눈에 띄어 1995년 뉴욕시티발레단에 입단했으며 이후 무용수로서 승승장구했다. 또한 안무에도 도전해 재능을 인정받은 그는 뉴욕시티발레단과 ABT 등의 의뢰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특히 2010년 영화 ‘블랙 스완’의 안무를 맡은 것은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이 영화에 지그프리트 왕자로 영화에 직접 출연도 한 그는 여주인공 포트만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면서 사교계의 명사가 됐다.
뉴욕시티발레단을 그만둔 그는 2011년 LA댄스프로젝트를 만들어 자신을 비롯한 젊은 안무가들의 작품을 잇따라 올리며 화제몰이를 했다. 그가 포트만의 남편으로서 유명세를 타긴 했지만 미국 무용계의 선두주자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영리한 커리어 관리 덕분이다.
그는 파리오페라발레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이후 2014년 11월 아내인 포트만, 아들과 함께 파리로 이사했다. 그리고 정식 취임 1년 전부터 발레단으로 출근하며 업무를 익히는 한편 르페브르와 함께 2014-2015시즌 레퍼토리를 구상했다. 2015-2016시즌은 그가 혼자서 프로그래밍한 첫 시즌이었지만 다 끝내지 못한채 그만두게 됐다.
그가 사퇴한다는 소식은 현재 프랑스만이 아니라 미국 등 전세계에 긴급 타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확한 사퇴이유와 함께 그의 앞으로의 행보, 파리오페라발레의 차기 예술감독 선정 등이 당분간 화제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나탈리 포트만 남편 벵자멩 밀피예, 파리오페라발레 예술감독 1년여만에 사퇴
입력 2016-02-04 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