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나는 朴대통령 동생 박지만 지키는 워치독 아니었다”

입력 2016-02-03 18:58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3일 "제가 청와대를 향해서 무슨 얘기를 하려고 입당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청와대 3인방이 실세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현 정부 청와대에서 감찰과 친인척 관리 업무 등을 담당했기 때문에 향후 '여권 저격수'로 나설 수 있다는 항간의 관측을 부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비선실세 존재를 묻는 질문에도 "제가 그 말씀을 드리려고 지금 나온 건 아니다"며 "있다면 나중에 밝혀질 것이고, 없다면 그냥 없는 걸로 되지 않겠느냐"며 언급을 피했다.

다만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에 연루돼 청와대를 떠난 것에 대해선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을 갑자기 강간범,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완전히 매몰시켜 버린다"며 "저하고 오버랩시킨 적이 있었다"라고 울분을 표시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박 회장을 지키는 워치독(감시견)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케어(care)해주는 입장이었다"며 "사회 기준으로 '이건 좀 아니지 않느냐'는 일을 했을 때 대통령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 그럴 개연성이 있나 없나를 미리 따지고 그런 게 있으면 워닝(warning)을 하고…"라고 설명했다.

더민주 입당 후 박 회장에게 연락했냐는 질문에 "NCND(긍정도, 부정도 아니라는 의미)"라고만 밝혔다.

총선 출마 문제에 대해 "당이 어디에 나가줘야 되겠다고 요청하면 뭐라도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조 전 비서관의 입당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기류도 있다.

조 전 비서관은 문재인 전 대표의 집요한 설득 끝에 입당을 결심했다. 전날 입당한 그는 이날 국회에서 김상곤 인재영입위원장과 함께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처음 면담했다.

그러나 '김종인 지도부'에서는 현정부의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인사의 입당에 대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자칫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역시 나온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한 비대위원이 영입 배경을 묻자 "문재인 전 대표가 열심히 해놨다는데 내가 들어오라, 말라 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사는 영입 기자회견을 하면서 비대위와 사전에 상의하지 않은 채 김 위원장에게만 전화로 통보한 것에 대한 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적으로 타이밍이 괜찮았냐"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핵심 관계자는 "자칫하면 폭탄이 될 수 있다.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며 "비대위에도 그런 조심스러움이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