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전화번호 등 22만여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리스트를 바탕으로 서울 강남에서 성매매를 알선해 온 조직의 윤곽을 확인했다. 성매매 알선 기록이 담긴 다른 수기 장부를 바탕으로 수사하고 있다. 조직의 총괄이며 ‘박스장’으로 불린 총책을 검거한 뒤 성매매 여성과 성매수자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5014차례 성매매 알선…월매출 9000만원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강남에서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며 알선해 온 혐의(성매매 알선)로 총책 김모(36)씨 등 2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총책 김씨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행방을 쫒고 있다.
김씨 등은 2014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성매수 남성과 접촉하며 5014차례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확인된 총 매출액은 11억8039만원이다. 13개월간 월평균 9080만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이들 조직은 ‘일꾼’이라고 부르는 채팅요원을 고용해 성매수남을 모집했다. 성매수 희망자를 찾으면 ‘운짱’이라고 부르는 운전요원을 시켜 성매매 여성을 성매수남에게 데려갔다. 운짱들은 성매수남에게 받은 화대를 총책에게 전달했다. 운짱과 성매매 여성이 고객의 특징, 대화 내용, 직업 등을 알려주면 채팅요원은 리스트로 만들었다.
모집요원 166명, 성매매 여성 158명
13개월간 일한 채팅요원은 누적 166명으로 확인됐다. 장부를 토대로 파악한 성매매 여성은 158명이다. 역시 누적 인원이다. 경찰은 평소 30여명 규모를 유지했을 것으로 본다. 성매매 여성들은 ‘여자박스장’이라고 불리는 여성의 관리를 받았다. 여자박스장은 성매매 여성을 모집해 총책에게 공급했다.
경찰은 장부작성자 A씨(36)의 진술과 장부를 바탕으로 수사하고 있다. 장부는 채팅요원과 성매매 여성 등의 가명, 성매매 비용 등이 기록된 일종의 가계부다. 하루하루의 성매매 기록이 담겨있다.
리스트에 오른 경찰 전화번호들
공개된 리스트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누적된 자료로 추정된다. 채팅요원들이 성매수남에게 접근하는 과정에서 얻은 전화번호와 직업 등이 적혀 있다. 경찰은 채팅 과정에서 전화번호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리스트에 오른 사람을 모두 성매수남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 성매매 건수와 리스트에 오른 사람 수가 다른 점도 경찰의 추정을 뒷받침한다.
경찰은 리스트에 ‘경찰’이라고 적힌 전화번호 45개를 전부 확인한 결과 35개가 일반인의 휴대전화번호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경찰 공용전화 5개, 개인 휴대전화 4개 등은 단속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조직에서 단속을 피하기 위해 경찰의 전화번호로 표시해 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단속과 무관한 나머지 1건은 당사자가 성매매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성매매 조직을 검거한 뒤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강남 5014차례 성매매 알선의 비결… 박스장 일꾼 운짱의 세계
입력 2016-02-03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