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 정샘물 “아침저녁 묵상 깨어 있기 위한 몸부림”…스타인헤븐

입력 2016-02-04 00:05 수정 2016-02-04 08:22

26년 경력의 대한민국 1세대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그 동안 이미연, 이승연, 김태희, 이효리, 김연아, 탕웨이 등의 메이크업을 담당해 트렌드를 이끈 국내 뷰티업계의 선구자다. 그가 최근엔 MBC 예능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해 깨알 뷰티팁을 전하며 시청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정샘물메이크업아카데미에서 정샘물 원장을 만났다. 그는 ‘마리텔’에 출연 후 시청자들의 반응을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마리텔’ 프로그램 초창기 때부터 제작진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고심 끝에 출연을 결심, 하기로 했으니 즐기겠다는 마음가짐이 돋보였다. 그는 “예능이라 약간 두려워서 초반엔 안하겠다고 했다”며 “근데 작가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채팅 창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서 하는 프로그램으로 전문가들에게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서 설득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마리텔’은 방송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시청자들과 교류할 수 있어 쌍방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댓글 중에 놀랄만한 반응은 없었을까. 정샘물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메이크업 못 한다는 말을 들어봤다”며 “정해진 시간 안에 해야 하니까 메이크업을 완성 못 하는 경우도 있다. 빨리 빨리 하다가 중간에 말면 메이크업이 이상해진다. 메이크업 못 한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며 미소를 지었다. “방송을 하면서 26년의 세월을 잊고 잘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오히려 하게 됐어요.”

예능에 출연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대중들의 친근한 반응이었다. 전문가다운 똑 떨어진 말투와 단정한 비주얼로 쉬이 접근하기 어려운 프로페셔널의 느낌이 팍팍 풍기는 정샘물. 하지만 ‘마리텔’에서는 우수수 쏟아지는 채팅창의 글들을 놓치며 멍 때리고 있기도 하고 시간 안에 메이크업을 완성을 못해 얼이 빠져 있기도 해 웃음을 전하고 있다. 그는 “겟잇뷰티 등의 프로그램에 나가서 일반인 분들도 저를 알고는 계셨는데 이전엔 뒤에서 수군수군 누구야 이랬다면 이제 ‘어! 정샘물이다’ ‘마리텔!’ 이러면서 웃고 간다. 그게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인 정샘물은 여전히 치열한 삶을 살고 있었다. 2007년, 37살의 나이에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유학의 길을 훌쩍 떠나기도 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했다. 기승전, 메이크업을 위해서였다. 26년간 한 우물을 파기가 참 힘들 것 같다는 질문에 “오히려 쉬웠다”고 답했다. 이유는 “너무 재밌으니까”였다.

정샘물은 “사실 그 동안 제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한 게 지금의 저를 있게 했다”며 “중고등학교 때 불만이 뭐였냐면 세상엔 공부 잘 하는 애도 있어야 하지만 체육 잘 하는 애도 그림 잘 그리는 애도 있어야 하는데 유독 학교에선 공부만이 기준이었다”고 털어놨다. “공부만 잘 하면 상관없는데 선생님들은 공부 잘 하는 애한테만 혜택을 줬어요. 왜 그럴까? 그런 불만이 많았어요. 난 이걸 잘 하는데, 난 쟤랑 차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샘물은 지금의 10대, 20대 청년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 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내가 어떤 걸 하면 불행하고 힘든지, 그리고 어떤 걸 하면 행복한지 나를 관찰하고 적어보았으면 좋겠다”며 “청년들이든 40,50대이든 마찬가지라고 본다. 100세 시대라는데 지금이라도 이 고찰을 하지 않으면 나머지 인생을 사는 게 정말 힘들다”고 직언했다.

정샘물은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청년여성 멘토링 대표 멘토’로 위촉돼 그 동안 축적한 경험과 지혜들을 나누기도 했다. 또한 한국을 넘어서 아시아 전역에서 메이크업을 배우러 정샘물아카데미를 찾는 학생들에게도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한 인생을 행복하게 끌어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조언을 하고 있다.

정샘물은 “내 안을 파헤치고 들어가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집중해야 한다. 내가 건강한 자존감이 생겨야 부부 관계도, 가족도 건강하다. 내가 건강하지 않으니 사회적으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았다면 나만의 핵심 가치로 만들기 위해서 그 부분에 집중하고 끈질기게 노력해서 경쟁력을 키워야 해요.”



정샘물은 사소한 것을 행하면서부터 자존감은 높아진다고 했다. 그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고 사소한 것부터 아티스트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소한 행동, 걸음 거리 하나라도 아티스트처럼 했다”고 했다.

지금도 그가 늘 하는 것은 누가 보든지 보지 않든지 공중화장실을 청결하게 하는 것이었다. 화장실의 변기가 더러우면 다 닦고, 세면대도 다 닦고, 공공장소의 쓰레기가 많으면 깔끔하게 치운다고. 그는 “입꼬리를 올려서 웃는 연습을 하고 내 공간뿐만 아니라 공공장소도 깨끗이 한다”며 “그런 작은 행동을 남들이 몰라도 나는 아니까, 스스로를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자존감이 생긴다”고 밝혔다.

매일매일 치열한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살고, 일하는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도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정샘물. 나태해지고, 흐트러지고 싶은 본능이 되살아 날 때는 어찌할까. 한남동에 위치한 서울드림교회를 다니는 그는 아침저녁 묵상으로 하루를 열고, 닫고 있었다.

“항상 깨어 있으려고 합니다. 매일의 묵상은 깨어 있기 위한 발악이지요. 순간을 놓치면 어느덧 세상 속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고 있는 저를 봐요. 보이지 않지만 엄청나게 큰 회오리들이 있어요. 내가 살려면, 풍족한 하나님의 은혜 안에 거하려면 저에게는 아침저녁 묵상이 너무너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주어진 것에 감사를 놓치는 생각이 들 때면 “나의 나 된 것은 주님의 은혜”라고 고백하고 있었다. 그는 “일을 하고 싶어도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아랍권 등에서는 환경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 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내가 이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이고 감사인지를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넌 여기서 뭐하고 있니?”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얼마만큼 더 유익하게 쓸지 더 발전시키고 고민해야지” 등의 생각을 한다고 했다.

“닉 부이치치, 에이미 멀린스 같은 분을 좋아해요. 신체의 한계를 뛰어 넘어서 많은 영혼을 살리는 사람들. 그 분들을 보면서 저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며 살 수 있는 축복에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