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정치 교과서네” 육룡, 이방원 하여가 vs 정몽주 단심가

입력 2016-02-03 15:51 수정 2016-02-03 21:48
이방원으로 분한 배우 유아인. 사진=육룡이 나르샤 페이스북
정몽주로 분한 배우 김의성. 사진=육룡이 나르샤 페이스북
권력을 거머쥐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방원이 묻는다. 유아인이 연기해 혈기가 넘친다.

“도저히 이 나라 포기가 안 되십니까?”

김의성이 맡아 묵직한 분위기의 정몽주는 “사직을 등진다면 어찌 유자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답한다. 유자는 성리학을 공부한 유학자를 말한다. 쿠데타로 조선을 개국하려는 쪽과 고려를 지키려는 세력이 충돌하는 장면이다.

2일 방영된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선 유아인 김의성의 연기 대결만큼이나 이방원 정몽주의 세계관 대결도 돋보였다. 개성 선죽교 달밤 아래서 마주한 이방원과 정몽주는 백성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차이를 드러냈다. 이방원은 “백성에겐 오직 밥과 사는 기쁨, 이거면 되는 것”이라고 했으나, 정몽주는 “니 놈은 또 백성을 팔아먹는 것이야”라고 답했다. 국민을 식충으로 보는 사람은 지도자가 되어선 안된다.



그러면서 유명한 하여가 단심가 문답이 오간다. 이방원은 “백성들에게는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떤 상관이겠습니까”라며 “저 만수산에 드렁칡이 얽혀있다 한들 그것을 탓하는 이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라고 말했다. 현대어로 해석하는 하여가 원문은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정도다. 조선왕조 500년과 현대사를 지배한 기회주의의 정수가 녹아든 시조다.

이에 정몽주는 “나를 죽이고 죽여 일백 번을 죽여 보시게”라며 “백골이 다 썩어 나가고 몸뚱아리가 흙이 되어 먼지가 된다 한들 이 몸 안에 있었던 한 조각 충을 향한 붉은 마음은, 일편단심은 가지지 못할 것이네”라고 답한다. 단심가다. 전문은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이다.



후대에 시조로 알려진 문답을 끝낸 뒤 이방원은 정몽주와 결코 같은 정치 노선을 걸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살해한다. 정몽주는 마지막으로 이방원에게 “천년의 악명”을 얻게 될 것이라 예언하고 죽음을 받아들인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