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만 24시간도 안됐는데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해 네티즌의 눈길을 끌었다.
2일 게재된 ‘나 혼자 급식 먹는데 3학년 선배들이 같이 먹어줬어’란 글이 3일 오후 2시 30분 현재 17만8000여명이 글을 읽고 3000개 가까이 추천을 받았다.
왕따를 당하는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고민을 올린 글이었다.
A양은 처음부터 왕따는 아니었다.
A양은 친하던 애들이랑 사이가 멀어져 결국 왕따 비슷하게 돼 급식시간에 화장실에서 삼각김밥을 먹어왔다고 썼다.
그런데 글을 쓴 이날은 담임선생님한테 걸려 어쩔 수 없이 학교식당에서 혼자 급식을 먹게 됐다.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이 A양밖에 없어서였는지 3학년 언니 오빠들 눈에도 띄게 된 것 같았다.
빈 자리도 많은데 갑자기 3학년 선배들이 A양을 둘러싸고 옆에 앉았다.
이 모습이 1학년들에게도 눈에 띄었는지 A양을 쳐다보았다고 전했다.
A양은 선배들이 자연스럽게 친구인 것처럼 자기 옆에 앉아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
옆에 앉은 여자선배가 갑자기 “오늘 1학년도 진로교육 받았어?”라고 말을 걸었다.
전혀 모르는데 오래 전부터 알아왔던 것처럼 대해주는 선배들에게 오히려 당황스러웠던 A양은 급식에 나온 쿠키를 떨어뜨렸다.
그러자 남자선배 중 하나가 “내거 먹을래? 나 친구가 줘서 3개임”이라고 말했다.
선배들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한 A양은 갑자기 눈물이 터져 나왔다.
1학년 애들은 모두 투명인간 취급하는데 선배들은 전혀 모르는 후배인데도 말 걸어주고 같이 먹어줘 정말 고마웠다고 썼다.
더욱 고마운 것은 “왜 혼자 먹냐”란 말은 한마디도 없이 그냥 친구 대하듯 해줘서이다.
5명의 선배 가운데 전교부회장 언니도 있었다고 했다.
A양은 내일도 같이 먹자며 도서관 앞으로 오후 12시20분까지 오라고 하는데 너무 염치없는 거 같고 억지로 끼는 느낌도 들어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A양은 이제 졸업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괜히 선배들을 불편하게 하는 게 아니냐며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걸까 고민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 글에는 3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네티즌들의 관심과 조언이 넘쳤다.
“졸업한다고 인연이 거기서 끝일지 어떻게 알아. 진짜 좋은 사람들인 거 같은데 놓치지 말고. 고딩 때 만날 수도 있고. 하루빨리 친구랑 풀어봐 힘내!”
“진짜 착하다. 보다가 나까지 눈물 터짐. 그 선배들도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거절하면 예의 아니지!”
“글쓴이는 학교생활 건강하게 잘하고 당당하게 다른 애들처럼 밝게 잘 생활하는 게 선배들에게 보답하는 길일 듯. 자존감도 높이고,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람.”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왕따 후배, 따뜻이 감싸 안아주는 3학년 선배들 ‘훈훈’
입력 2016-02-03 1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