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독수리의 대표적 월동지인 경기도 파주 장단반도 일대에서 독수리 20여 마리가 두달새 농업용 또는 군사용 고압전선에 잇따라 감전사해 당국이 대책마련에 나섰다.
임진강 북쪽 장단반도는 매년 11월부터 독수리 700여 마리가 찾아와 겨울을 나는 대표적 독수리 월동지이다.
3일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지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월동지 주변에서 감전된 것으로 보이는 독수리 두 마리가 발견됐다. 한 마리는 사체로, 다른 한 마리는 살아있었지만 아랫배가 터진 상태여서 동물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지난 2일 숨졌다.
장단반도 월동지 일대서 감전사로 추정되는 독수리 사체가 발견된 것은 지난해 12월 18일부터로 10차례에 걸쳐 한 번에 1∼5마리씩 모두 21마리가 주변 전봇대나 전선 아래에서 사체 또는 부상당한 채 발견됐다.
이 곳에서는 2004년 12월에도 이틀간 독수리 18마리가 2만2000V 고압전선에 감전돼 숨졌다. 11년 만에 또 독수리 감전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한갑수(63)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지회장은 “군부대에서 정전 신고가 들어와 가보면 주변에 숨진 독수리가 발견되곤 했다”며 “주로 높은 곳에 올라앉는 독수리가 전봇대에 앉아 전선을 쪼는 습성 때문에 고압전선에 감전된 것으로 보인다” 말했다.
이 곳 최전방 군부대도 독수리로 인한 잦은 정전으로 비상이 걸렸다. 독수리 감전사고로 정전이 발생해 전자감시장비가 작동을 멈춰 경계태세에 구멍이 뚫리기 때문이다.
군의 대책 마련 요구에 한전은 5억원을 들여 오는 4∼5월게 장단반도 4㎞구간 전선을 완전 절연전선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파주=김연균 기자 ykkim@kmib.co.kr
파주 독수리 월동지서 두 달 새 독수리 21마리 감전사
입력 2016-02-03 1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