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년·데이비드 린 감독)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비운의 영웅 T. E. 로렌스(1888~1935) 중위의 단검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일간 가디언은 에드 바이지 영국 문화부 장관이 경매에 낙찰돼 해외로 팔려나갈 위기에 처한 로렌스의 흰색 아랍복 상의(로브)와 단검에 2일(현지시간) 임시로 해외반출 금지조치를 내렸다고 전했다.
로렌스 중위는 현대 중동 지역 국가들의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수에즈 운하를 놓고 영국이 오스만 제국과 대치하던 당시 로렌스 중위는 영국 정보당국으로부터 오스만 제국 통치 아래 있던 아랍 부족의 독립을 부추기는 임무를 받고 중동지역에 투입되어 대활약했다.
로렌스 중위는 당시 분열되어 있던 아랍 민족을 이끌고 다마스커스를 점령하는 등 아랍 독립을 위해 헌신적으로 싸워 이들으로부터 ‘아라비아의 로렌스’, ‘엘 오렌스’ 등으로 불렸다. 그러나 그의 활약은 후일 서구 열강이 아랍 민족을 독립시켜주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잇속에 따라 행동하면서 빛이 바랜다. 로렌스 중위는 영국 왕실이 1918년 대영 제국 훈장 KBE를 내렸으나 수훈을 거절했다.
로렌스의 이야기는 1962년 영화로 만들어져 이듬해 열린 3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을 휩쓸며 호평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총 70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으며 국내에도 흥행했다. 이후에도 수차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 대중에 이름이 알려졌다. 미국의 유명 시리즈 ‘인디아나 존스’ 역시 여기 영향을 받았다.
조치가 내려진 단검은 은으로 장식된 것으로, 로렌스 중위가 아카바(현 요르단 서남부) 점령 뒤 감사의 표시로 헤자즈 지방의 통치자 나시르 셰리프에게서 받은 선물이다. 이 장면은 영화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바 있다.
단검은 지난해 로렌스 중위가 입었던 하얀색 로브와 함께 경매에서 해외구매자에게 낙찰됐다. 정부의 반출금지 조치에도 불구, 4월1일까지 요구하는 가격에 사겠다는 개인이나 기관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 해당 구매자가 요구하는 가격은 단검 12만2500파운드(2억1400만원), 로브 1만2500파운드(22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인디아나 존스’ 모델 ‘아라비아 로렌스’ 단검, 경매로 해외유출 위기
입력 2016-02-03 14:10 수정 2016-02-03 1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