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당했어요!” 허위 신고하고 지급 정지 시킨 돈 가로챈 ‘간 큰 일당’ 검거

입력 2016-02-03 12:01
서울 관악경찰서는 필리핀 마닐라 무등록 환전상에게 통장 입금 방식으로 페소화를 환전한 뒤 보이스 피싱 사기 피해자인척 허위 신고해 지급 정지된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한모(38)씨를 구속하고 김모(29)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해 9월 18일 주범 한씨 등 4명은 철저한 사기 행각을 준비해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문모(30)씨 등 2명은 서울에 머물면서 또 다른 알리바이를 꾸밀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불법 환전상 김모(35)씨에게 전화로 환전을 요청했고, 함께 있던 김씨는 “여자를 만났다가 잘못돼 경찰서에 와있고 해결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가짜 메시지를 서울에 있는 문씨 등에게 보냈다. 문씨 등은 환전상의 계좌로 2차례에 걸쳐 4500만원을 입금했고 환전상은 의심 없이 한씨 일당인 이모(31)씨를 만나 페소를 건넸다.

문씨 등은 당장에 은행과 경찰서에 자신이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며 신고했다. 이들은 “친한 동생이 위험에 처했다고 해서 돈을 보냈는데 사기 당한 것 같다. 연락도 안 된다”고 했다. 경찰은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 이들이 입금한 계좌주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했다.

한씨 일당은 23일 유유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송금했던 4500만원이 지급 정지처리 되자 가로챘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지연인출, 계좌지급정지 제도를 악용한 것이다.

이들은 대포폰을 이용했고 필리핀 출국시에도 각기 다른 항공편과 좌석을 이용하는 등 범행을 준비했다. 보통의 보이스피싱 사건처럼 수사하던 경찰은 이들이 직업이 없는데도 거액을 단번에 입금하고 외국어 소통이 안 되는데도 여행중이라고 진술한 점 등을 토대로 자작극을 의심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허위 신고로 담당 수사관 등의 공무를 방해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도 추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지에서 불법 환전업을 해왔던 피해자 김씨 등 2명도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