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전쟁에 동원됐던 10세 소년 결국 탈레반에 암살돼

입력 2016-02-03 11:33
지난해 퍼레이드 당시의 와실 아흐마드의 모습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과의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선전전’에 동원했던 10살 짜리 소년이 결국 탈레반의 총에 맞아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아동을 전쟁에 동원하는 것 자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아프간의 친정부 무장세력의 ‘영웅’으로 칭송되던 와실 아흐마드(10)가 1일 아프간 남부 오르즈간주의 이린 코트시에서 탈레반의 총을 맞고 숨졌다고 보도했다. 소년은 머리에 두 발의 총을 맞아 숨졌으며,탈레반이 암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흐마드는 지난해 친정부 무장세력의 탈레반과의 전투에 참가해 탈레반을 몰아내는데 공을 세웠다. 워낙 전쟁에 참여할 인원이 부족해 지방 도시들에서 어린 아이들까지 전투에 동원했다.

특히 오르즈간 지방정부는 아흐마드가 전공을 세우자 그에게 경찰 유니폼을 입히고 ‘영웅’이라는 칭호를 준 뒤 퍼레이드까지 시켰다. 다른 아이들의 전쟁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선전전의 일환이었다.

이런 퍼레이드가 탈레반의 분노를 이끌어냈고, 결국 퍼레이드 6개월이 채 안된 지난 1일 아흐마드는 머리에 피를 흘린채 싸늘한 시신으로 변했다. 아흐마드는 이날 야채를 사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서다 오토바이를 탄 암살범들에게 저격당했다. 탈레반은 자신들이 소행이라고 웹사이트에서 공식 발표했다.

현지 인권운동가인 라리우라 바이다는 “탈레반뿐만 아니라 아프간 지방정부들까지 어린 아이들 전쟁에 동원하는 지경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