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될 수는 없잖아요” 그리스 레스보스섬 천사들

입력 2016-02-03 11:34 수정 2016-02-03 14:01
유럽행 난민들이 몰리는 그리스 레스보스섬 주민들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인간의 도리"라며 난민 구호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미국 CNN방송

“이렇게 하지 않으면 괴물이나 다름없는 거잖아요. 인간으로서 당연한 도리를 하는 것이 왜 상을 받을 일이죠?”

마리아 안드로울라키는 되물었다. 그녀는 그리스 레스보스섬에서 섬에 도착하는 난민들을 멀리 떨어진 시내까지 데려다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없었다면 난민들은 난민 등록을 하기 위해 70㎞가 넘는 거리를 걸어야했을 것이다.

미국 CNN방송은 2일(현지시간) 목숨을 건 위험한 항해를 끝낸 난민들이 도착하는 레스보스섬에서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그리스 주민들을 인터뷰했다. 난민 행렬은 끊이지 않고, 주민들은 계속해서 난민을 돕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다. 주민들의 봉사정신은 세계인의 마음을 샀고 노벨평화상 후보에까지 올랐지만, 그들에게 난민을 돕는 일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애’의 문제라고 CNN은 전했다.

80대 여성 아이밀리아 칸비시의 집은 섬에 도착한 난민들이 배에서 내리는 곳 근처에 있다. 그녀는 난민들이 도착하면 돕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특히 아기들을 돌보는 일은 그녀에게 중요하다. 아이밀리아는 “난민 어린이를 보면 꼭 내 자식들 같다”면서 “TV를 통해 난민에 부정적인 유럽연합(EU)의 태도를 본다. 그들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느냐”고 반문했다.

어부 토마스 주르주빌리스는 생업을 접고 조난당한 난민 보트를 구하러 출동하거나 물에 빠진 사람들을 끌어올리는 일이 잦다. 그는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보면, 도와주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부 스트라티스 발라미오스는 지난해 10월 28일을 잊지 못한다. 날씨가 매우 좋지 않았고, 난민으로 가득찬 배까지 도달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난민들은 죽을 힘을 다해 헤엄쳐서 그의 배까지 왔다. 난민을 돕는 일은 이제 그의 생활의 한 부분이 됐고 이 섬에서 하나의 문화가 됐다. 모두 ‘인간’이기 때문이다. 어부 일을 시작할 때, 이런 일을 하게 될 줄 그는 몰랐다.

“일을 하러 바다에 나가면 도와달라고 소리치는 난민들이 보입니다. 돕는 것 말고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 그들을 못 본 척 하나요? 아니면 못 들은 척 하나요?” 그는 물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