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이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을 담은 시험문제를 출제한 홍익대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이우철)는 3일 노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씨가 홍익대 법과대학 류모 교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측 청구를 기각했다.
류 교수는 지난해 6월 출제한 기말시험 영문 지문에 노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내용을 담았다. ‘Bongha Prince’(봉하 왕자)가 ‘Roh’(노 전 대통령)의 유산을 가로채는 내용이다. ‘Roh’를 IQ 69의 17세로 묘사하고, 그 원인을 6세 때 ‘owl rock’(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머리를 다쳤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부엉이 바위는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곳이다.
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대체로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수강생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MB, GH 등의 단어도 나오지만, 구체적 묘사 없이 단순하게 seller(판매자) 또는 buyer(구매자)로 설명됐다”며 “교수의 정치적 호불호를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당시 총학생회는 성명을 내고 류 교수의 사과와 함께 책임지고 퇴진할 것을 요구했다.
류 교수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기 위해 유명인을 예문으로 든 것이다. 특정 정치인을 비하하려는 목적은 전혀 없었다. 편향된 것도 아니고 46개 지문 가운데 정치인 말고 가수나 다른 유명인도 등장한다. 교실에서의 ‘표현의 문제’에 너무 지나친 간섭 아닌가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에 노건호씨는 “류 교수가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모욕과 경멸이 담긴 인신공격을 해 노 전 대통령의 명예 또는 인격권을 침해했고 유족의 명예도 침해했다”며 1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대학 내 학문의 자유를 기각의 이유로 들었다. 문제가 된 문항이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으로 다소 부적절 하지만 해당 문항을 출제한 행위는 학문의 자유 보호 범위에 있어 위법성이 없다는 것이다. 또 류 교수의 출제 행위가 노 전 대통령에 관한 사실관계 일부를 진실과 명백히 다르게 재구성해 풍자적으로 표현했을 뿐 노 전 대통령에 관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의 자유는 다른 어떤 곳보다도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건호씨 측 변호인은 판결문을 좀더 세밀하게 검토 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Roh는 부엉이 바위서 뛰어내려’ 이 시험은 무죄… 노건호씨, 손배소 패소
입력 2016-02-03 11:03 수정 2016-02-03 1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