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공위성 확보를 명분으로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잇따라 통보한 것으로 3일 확임됨에 따라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의 사거리를 확장하는 엔진 시험을 통해 사거리 1만3천여㎞ 가량의 로켓 추진체를 개발한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1만3천여㎞는 북한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다.
다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력화에 필요한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확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1970년대 후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및 우주능력 발전 계획'을 수립한 이후 탄도미사일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에는 사거리 300~500㎞의 스커드 미사일, 1990년대에는 사거리 1천300㎞인 노동 미사일을 개발했고, 2000년대에는 사거리 3천㎞ 이상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무수단(노동-B) 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
이후 사거리 5천500㎞ 이상의 ICBM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2009년 4월 은하 2호 로켓 발사 때는 1, 2단 분리에 성공해 3천800㎞를 비행, ICBM 기술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12년 4월에 발사한 은하 3호는 발사 1~2분 뒤 공중에서 폭발했지만, 같은 해 12월에 발사된 은하 3호는 1~2단 추진체가 정상적으로 분리돼 조악한 수준의 인공위성이 위성 궤도에 진입했다.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추진시스템, 유도조정장치, 탄두, 재진입체로 구성된다.
북한은 3단 액체추진체를 사용하며 2012년 12월 발사에 성공한 은하3호의 1단은 노동-B 4개, 2단은 노동-B 1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로켓의 전체 사거리는 미국 서부지역까지 도달할 수 있는 1만㎞ 이상으로 추정됐다.
북한의 로켓 유도제어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은 2009년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때 기존의 추력벡터제어(TVC)에 추가해 자세제어장치(DACS)까지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2012년 12월 인공위성 확보를 명분으로 한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 이후 북한의 ICBM 실전 배치가 멀지 않은 것으로 평가해왔다.
실제 북한은 ICBM급인 'KN-08'을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때 탄두 형태가 뭉툭해진 개량형 KN-08을 선보이기도 했다. 2단 추진체인 이 개량 미사일은 탄두 부분에 자세를 제어하는 보조 추진기관을 장착해 안정적인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은 위성체를 궤도에 올리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로켓 단 분리 이후 탄두가 대기권에 다시 진입하는 데 필요한 재진입체 기술까지 확보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ICBM은 대기권 재진입 때 최고 마하 20(음속의 20배)의 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섭씨 6천~7천℃의 고열이 발생한다. 탄두가 이런 고열과 압력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하며, 고열을 견디는 재료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
한편, 북한은 ICBM과 노동미사일, 스커드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기 위한 소형화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미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상당히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핵탄두를 1t 이하로 소형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현재 개발 중인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에도 장착할 수 있게 돼 미국 본토나 주일미군 기지, 괌과 앤더슨 기지, 남한까지도 핵무기 타격권에 들어간다.
북한은 KN계열의 단거리 미사일을 포함해 2천여기의 각종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한 상태이다. 이 가운데 스커드는 600여기, 노동 미사일은 200여기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北미사일, 미국 본토 타격 가능한 1만3천여㎞ 로켓 추진체 개발 추정
입력 2016-02-03 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