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지카바이러스 확산으로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자 우리 보건 당국도 방역조치 강화에 나섰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7건의 의심사례가 신고됐지만 아직 감염자는 없다. 당국은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를 좀 더 정밀하게 감시하고 효율적 방제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모기 감시 및 방제 강화=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지카바이러스 위기평가회의를 가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오후 6시 현재 7건의 의심사례가 신고됐고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 4건은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나머지 3건은 검사가 진행 중이다. 의심사례는 브라질 등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 나라를 여행하고 귀국한 사람이 발열 등 증상을 보인 경우다. 음성이 나온 4명은 모기를 매개로 감염되는 뎅기열과 치쿤구니야 검사에서도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카바이러스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어 의심 신고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에서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는 국내 서식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국내 모기 가운데 ‘흰줄숲모기’는 비록 서식처가 제한돼 있지만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보건 당국은 모기 감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내년 시행할 예정이던 전국 모기 분포 조사를 올해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해 모기 감시사업은 도심 숲과 공항, 항만, 철새도래지 등 전국 10곳 거점센터에서 이뤄졌다.
당국은 남미발 항공기에서 지카바이러스 매개 모기가 발견될 경우 소독을 실시하고 검역 구역에서 모기 방제작업을 할 방침이다. 모기가 지카바이러스뿐 아니라 뎅기열과 일본뇌염, 말라리아 등도 옮긴다는 점을 감안해 더 과학적인 방제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국내 2차 전파, 토착화 가능성 낮아”=당국은 감염내과·산부인과 전문의, 곤충학자 등과 위기평가회의를 열었다. 중남미 등에서 지카바이러스 감염자가 국내로 입국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인적 교류 규모를 감안할 때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브라질에서 연간 4만명,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170만명과 40만명이 우리나라에 온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2차 전파와 토착화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지금은 모기 활동 시기가 아니고 흰줄숲모기의 개체 밀도가 낮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연간 200명 이상 환자가 유입되는 뎅기열도 아직까지 국내 모기를 통해 전파된 사례는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추운 겨울에 모기 성충이 모두 소멸해 토착화 가능성도 낮다.
한편 지난달 차관급 격상 뒤 1개월간 공석이던 질병관리본부장에 정기석(58·사진) 한림대 부속 성심병원장이 임명됐다.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호흡기질환 분야의 권위자다. 그는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어떤 응급상황에도 신속히 대처해 신뢰받는 조직이 되겠다”고 밝혔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지카바이러스 한국도 침투?… 7건 의심사례 신고
입력 2016-02-03 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