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31·FC 서울)이 SNS를 시작했다. 소통을 단절했던 박주영의 과거를 떠올리면 급진적 변화다.
박주영은 2일 오후 1시쯤 인스타그램에 두 장의 사진을 올렸다. 소속팀 FC 서울의 후배 윤일록(24)과 커피숍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올리고 “구리 재활조 오늘도 열심히 하자”고 적었다. 두 선수는 경기도 구리 GS 챔피언스 파크에서 재활하고 있다. 외투로 얼굴의 반을 가린 사진을 올렸지만 첫 번째 SNS 게시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박주영은 그동안 언론과 접촉을 피했다. 축구팬을 직접 만난 사례도 극히 드물었다. 구단에 떠밀려, 감독이 시켜 팬들을 만난 적은 있지만 적극적인 태도는 아니었다. 인터넷기사와 커뮤니티사이트엔 유독 악성 댓글이 많았지만 박주영에겐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박주영의 인스타그램이 축구팬들의 주목을 받은 이유다.
박주영은 첫 번째 사진을 올리고 1시간 뒤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 트로피 앞에서 동료들과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 여기서는 ‘#역전의용사’ ‘#노장’ ‘#why?’ ‘#모름’ ‘#독수리5형제’ ‘#어디?’를 해시태그로 적었다. 의미를 짐작할 뿐 알 수 없는 말들이지만 해시태그까지 사용한 점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룬 셈이었다.
축구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호응이 많았지만 냉소도 있었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네티즌들을 조롱하는 의미인 ‘따봉충’을 박주영이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엄지를 치켜세워 동료를 격려한 장면과 연결한 의견들이 많았다.
축구팬들은 “따봉은 인스타그램이 아닌 페이스북에서 하는 것이다. 주소를 잘못 찾아왔다” “따봉충에서 하트(인스타그램의 추천 개념)충으로 업그레이드를 시도했다”는 의견이 있었다. FC 서울 팬들은 박주영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한 팬은 “뒤늦게 팬들과 대화하겠다고 나선 박주영의 변화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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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02 21:27 수정 2016-02-02 2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