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측 “새판짜기 발언은 원론적인 말...정계은퇴 변화 없다”

입력 2016-02-02 19:02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행보가 또다시 정치권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손 전 고문이 정치권 새판짜기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놓고 그의 정치복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손 전 고문은 지난달 31일 러시아 방문 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에 새로운 역동성이 필요하다"며 "정말 새 판을 짜서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우물에 빠진 정치에서 헤어날 수 있는 길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재작년 7월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전남 강진에 머물러온 손 전 고문이 칩거 이후 내놓은 가장 강한 톤의 정치적 메시지였다.

더구나 4·13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대표가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한 와중이어서 손 전 고문의 발언이 안 대표에 힘을 싣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손 전 고문이 총선 전에 움직이지 않더라도 총선 이후에는 옛 측근들을 규합해 정치권 새판짜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안 대표는 손 전 고문의 언급에 화답하며 공감의 뜻을 표시했다.

그는 지난 1일 "대한민국의 많은 지도자와 지식인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문제인식같다"며 "지금은 모든 것에서 정치가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지 않냐"고 화답했다.

또 손 전 고문을 만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그 생각에 공감하는 많은 분들을 지금까지 만나왔고, 계속 부탁 드리고 있다"며 즉답은 피했지만 언제라도 만날 용의가 있음을 피력했다.

더민주는 손 전 고문의 '새판짜기' 언급을 "원론적인 이야기 아니겠느냐"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손 전 고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손 전 고문의 측근인 정장선 전 의원이 총선기획단장을 맡아 총선전의 전면에 나선 것이 손 전 고문과 더민주의 거리를 좁히는 가교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표정도 있다.

정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손 전 고문이 러시아 극동연구소 초청으로 러시아를 방문할 때도 동행했다.

그러나 손 전 고문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 정계은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손 전 고문의 한 측근은 "새판짜기 발언은 특정 세력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며 "정치권이 새롭게 잘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한 원론적인 말"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도 "정치상황이 너무 안좋고 대외 환경도 좋지 않아 정치가 변해야 한다는 뜻으로 한 말"이라며 "손 전 고문은 현재 정계를 은퇴했다는 입장에서 큰 상황 변화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