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맘이 달라졌어요”…달라진 이란의 이슬람 성직자들

입력 2016-02-02 17:53
인스타그램 '타라베흐 투데이'에 실린 이슬람 성직자들의 '색다른' 모습들
인스타그램 '타라베흐 투데이'에 실린 이슬람 성직자들의 '색다른' 모습들
최근 서방과의 핵 협상을 타결지으며 개방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이란에서 이슬람 성직자들의 낯선 모습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잇따라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팔로어가 1만2000명이 넘는 ‘타라베흐 투데이’라는 이름의 이 에 최근 여학생과 같이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맘(이슬람 성직자)의 모습이 올라왔다. 이 계정에는 히잡을 쓴 여성을 오토바이 뒷좌석에 태운 채 찍은 이맘의 사진이며, 어린아이들 앞에서 농구를 하는 사진도 같이 올라와있다. 모두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들이다. 농구가 미국에서 유래했다는 이유로 이슬람권에서는 농구를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흔치 않다. 이 계정은 이란 북부 매쉬하드의 한 신학도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속 이맘의 모습은 대중 앞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서구 제국주의를 비난하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물론 이란 내 보수세력 내에서는 성직자들이 성직자 본연의 임무보다 대외적 이미지 연출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으며, 남성 이맘의 모습만 나올 뿐 여성 신학도들의 사진이 없는 점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비해 친(親) 서방적인 종교 지도자의 모습은 개방된 이란 사회의 모습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 종교계에서는 줄곧 반미(反美)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BBC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이 공식적으로 금지된 이란에서 인스타그램은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보수 세력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