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을 투입한다고 해서 모기 박멸에 더 효과적일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그만큼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뜻이겠지요. 이런 가운데 일부 과학자들이 모기와 맞서 싸우기 위한 비밀 병기를 내놓았습니다. 비밀 병기는 바로 유전적으로 조작된 수컷 모기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모기 유전자 변형 기술을 개발해온 옥시텍(Oxitec)이란 기업의 아이디어인데요. 옥시텍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동물학과 출신 3명이 모여 만든 스핀아웃(내부 분사) 기업인데 유전자를 조작한 수컷 모기가 야생에서 암컷과 교미하면 새끼는 성체가 되기 전에 사멸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2010년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령 케이맨 제도에서 유전자 조작 수컷 모기를 인공적으로 투입하는 실험을 했는데 3개월 만에 야생 모기 개체 수가 80%나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즉 유전자 조작 수컷 모기를 현재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지역에 투입하면 야생 모기의 개체 숫자를 줄일 수 있고 그러면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다소 황당한 얘기 같지만 이 업체는 화학제를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적인 해충 박멸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2014년 영국의 최고 혁신 기업으로 선정됐고, 빌 게이츠 재단의 후원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기업의 아이디어가 실현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반대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일부에선 ‘이집트 숲 모기’가 완전히 사라지면 다른 모기가 더욱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습니다. 또 모기 개체를 줄이면 모기가 주된 먹이인 동물을 굶주리게 해 생태계 교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지카 바이러스 확산이 ‘이집트 숲 모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집트 숲 모기’가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유럽과 북미에서 흔히 발견되는 모기(culex)를 통해서도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제발 이 경고가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