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가 세월호 참사 희생·실종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 문제를 놓고 학부모 간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단원고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회, 교사 등으로 구성된 ‘단원고 교육가족’ 30여명은 2일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존치 교실을 재학생들에게 돌려줄 때가 됐다. 심리적 불안감, 죄책감, 엄숙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하는 재학생들의 입장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희생·실종 학생을 추모하는 일에는 언제든 동참할 것이지만 그 추모가 학교 안에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생존 3학년 졸업식이 끝나고 신입생이 배정됐는데도 교실 문제가 진척이 없자 학교 측과 재학생 학부모들이 나선 것이다.
유족들로 구성된 416가족협의회는 희생 학생들이 사용하던 ‘기억교실’의 존치를 요구하는 상태다.
경기도교육청은 3일 평준화지역 9개 학군의 199개 고교(자율형 공립고 5개 포함)에 대한 신입생 배정 학교를 발표할 예정이다.
안산 학군에 속한 단원고도 다음 달 2일 입학할 신입생 301명(300명 정원에 쌍둥이 포함)이 확정된다. 이어 4일에는 신입생 예비소집, 16일에는 오리엔테이션(OT)이 예정돼 있다. 문제는 지금 상태로는 이들이 들어갈 교실이 없다.
이날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단원고의 총 교실 수는 40개다. 올해 3월 기준으로 1학년과 2학년이 각각 12개 학급이고 3학년이 14개 학급이어서 총 38개 교실이 필요하다.
하지만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이 사용하던 10개 교실이 기억교실로 존치되고 있어 8개 교실이 부족하다. 기억교실을 활용하지 않으면 교실을 추가 확보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재정 교육감은 2014년 말 신입생 선발을 앞두고 교실 문제가 논란이 되자 ‘명예졸업식 때까지 보존하겠다’고 밝히고 유족 측과 접촉해 논의해왔지만 1년이 넘도록 진전이 없었다.
지난해 11월 도교육청은 교실 집기와 유품을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임시로 옮겼다가 학교 바로 앞 부지에 ‘416민주시민교육원’(가칭)을 지어 이전·복원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유족 측은 거부했다.
이어 416가족협의회는 지난달 5일 명예졸업식 불참을 선언하며 “단원고가 참사를 교훈 삼아 새로운 교육을 실현하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 ‘416교실’과 관련한 어떠한 타협도 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안산 단원고, 신입생 교실 놓고 학부모 간 갈등 조짐
입력 2016-02-02 2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