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충칭시와 쓰촨성에 걸쳐 있는 화잉산 자락에 와뎬(瓦店)촌이라는 산골 마을이 있습니다. 행정구역 상 충칭시 허촨구에 속해 있습니다. 300여 가구 1000여명의 마을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시골 의사’ 리쥐훙(李菊洪·37·여)은 ‘다리 없는 백의의 천사’로 불립니다.
1983년 3월 어느 날 오후 당시 네 살이던 리씨는 유치원 하굣길에 화물 트럭에 깔려 다리를 잃었습니다. 남은 다리 부분이 3㎝도 안됐다고 합니다. 성격이 강하고 워낙 낙천적인 그는 자포자기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앉은뱅이 의자를 다리 삼아 걷는 연습을 시작한 것은 여덟 살 때였습니다. 이 작은 의자는 평생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도 고통의 삶이였지만 병들고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렇게 ‘향촌의사’를 양성하는 특수교육직업학교에 입학해 4년 동안 교육을 받고 2000년 졸업을 합니다. 향촌의사는 의료 시설이 부족한 농촌마을에 거주하면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국만의 의료시스템입니다.
2001년 와뎬촌에 부임하고 지금까지 15년 동안 6000여 차례의 진료를 했습니다. 마을 주민 중에 ‘다리 없는 백의의 천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왕진을 요청하는 주민의 전화가 오면 먼 거리는 남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가까운 거리는 의자로 직접 걸어갑니다. 그렇게 15년 동안 사용해 망가진 의자만 24개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대추나무로 만들어 튼튼한 ‘고급’ 의자를 300위안(약 5만5000원)에 맞췄습니다.
남편을 만난 건 행운이었습니다. 마을 진료소에서 일을 시작한 지 2년째 되던 해 유리공장에서 일하던 류싱옌(39)을 이웃 소개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게 됩니다. 류씨는 다니던 공장도 그만두고 ‘전업 남편’이자 보조 간호사가 됐습니다. 그는 “와뎬촌은 문만 나서만 산이고 비탈길”이라면서 “행동이 불편한 노인이 많아 왕진을 요구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합니다. 멀리 왕진을 나갈 때는 휠체어를 밀거나 등을 내어주는 이는 언제나 남편입니다. 올해 열두 살인 아들 류궈만은 어려서 엄마가 장애인이라고 무시를 당할까 항상 초초했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엄마가 자랑스럽습니다. 미래의 꿈은 “엄마처럼 향촌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리쥐훙은 항상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말이 있습니다. 그는 정상인과 비교해서 닥치는 어려움이 많지만 매번 이 말을 되새기며 힘을 낸다고 합니다. 바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입니다. 그의 삶과 이 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요?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두 다리 없는 여의사, 앉은뱅이 의자 24개를 망가뜨리다
입력 2016-02-02 16:07 수정 2016-02-02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