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됐던 조응천 전 비서관 "온당하지 못한 것과 맞설 것"

입력 2016-02-02 15:06 수정 2016-02-02 15:10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2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 민주당 입당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2일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선언한 조응천(54)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그는 ‘출마의 변’을 통해 “온당(穩當)하지 않은 것을 본다면 과감히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없어 다른 사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해 11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술집을 차려 손님을 기다리는 건, 제가 꽃이 되어서 나비와 벌이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과 같아요”라며 자신이 나비가 되어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또 “저도 염치가 있죠. 생각해보세요”라며 “에볼라 바이러스 있다고 하는 놈(대통령과 청와대에 찍혀서 내침을 당한 자신을 이렇게 비유)이 다가오면 사람들이 겁나서 만나주겠어요?”라며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도 저를 찾아주는 나비와 벌 때문에 위안을 얻는다”고 했다.

식당을 자주 찾았던 문재인 전 대표의 설득으로 정치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진 그는 선고공판을 일주일 정도 앞뒀던 당시 “죽으라면 죽어야지”라며 “입고하라고 하면 그렇게 하면 돼요”라는 얘기도 했다. 입고라는 말은 일부 법조인들 사이에 통용되는 단어로 법정구속을 가리키는 말로 자포자기하는 것처럼 들리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는 곧 “그렇지만 이건 죽을 일이 아냐”라며 자신의 무죄를 강조했다.

실제 그는 당시 집행유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에헤이~. 집행유예는 무슨. 무죄지. 제가 뭘 잘못했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기 때문에 식당을 차렸다고 했던 조 전 비서관은 입당을 선언하며 기꺼이 진흙탕에 뛰어 들어 잘못된 권력을 바로세우겠다는 얘기도 했다. 꽃이 되어 나비와 벌을 기다렸던 조 전 비서관은 이제 꽃이 아니라 나비와 벌이 되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나비가 된 그가 어디로 날아갈 것인지, 벌이 된 그가 어디에 침을 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