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만에 울린 갓난아기 울음소리 ‘꿈이 이루어졌다’

입력 2016-02-01 17:26
오스타나 마을 입구에 파블로의 탄생을 기념하며 설치된 황새 조각상 (출처: UNCEM 피에몬테 트위터)
파블로를 얻은 호세와 실비아 부부와 딸 클라라 (출처: 라스탐파)
오스타나 마을 풍경(출처: 위키피디아)
이탈리아의 작은 산골 마을이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28년 만에 아기가 태어나는 경사가 났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일간 라스탐파는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고원에 위치한 오스타나에서 1987년 이후 처음으로 아이가 태어나 잔치가 벌어졌다고 28일(현지시간) 전했다.

오스타나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주민 수가 1000명에 달했으나, 2차 대전 뒤부터 인적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이 일거리를 찾아 도시 등으로 떠나면서 1976년부터 87년까지 겨우 17명이 태어났고, 그 뒤부터는 아예 갓난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마을에서는 추세를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젊은이들을 위해 마을회관에 식당과 상점, 술집 등을 열었다. 3년 전부터는 영화학교를 열어 매년 수십명의 학생을 유치했다. 또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노력도 기울여왔다.

파블로 역시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아이의 아빠 호세 베르두고(36)와 엄마 실비아 로베레(41) 부부는 원래 대도시인 토리노에 살다가 일자리를 찾아 아프리카에 있는 프랑스령 레위니옹섬으로 떠나려 했다. 하지만 오스타나 마을에서 이들 부부의 새 일자리로 등산로 대피소 관리직을 주선해주면서 지난해 여름부터 이곳에 살게 됐다. 22일 파블로가 태어나면서 누이 클라라(6), 엘리스(4)를 포함해 마을 주민 수는 총 85명이 됐다.

파블로를 낳은 실비아는 “마을 공동체에 있으면서 편안함을 느낀다”면서 “아이들에게도 완벽하고, 여기 있으면서 도시보다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다”면서 만족한다고 전했다. 남편 호세 역시 “이곳을 택한 걸 후회한 적 없다”며 “딸들이 자라기에도 좋은 곳이다”라고 했다. 라스탐파는 마을 주민들이 파블로의 탄생을 축하하고 더 많은 출산을 기원하기 위해 출산의 상징인 ‘보자기 꾸러미를 물은 황새’ 조각상을 마을 입구에 세웠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에서 산간 지역의 인구감소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이 때문에 각 마을은 이사 오는 이들에게 집을 공짜로 내어 주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려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인구 500여명인 남부 마을 셀리아에서 마을 규칙으로 질병에 걸리는 걸 ‘금지’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