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종류의 여자가 있다. 여신 아니면 호구(doormat).”
현대 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는 천재화가로서의 명성에 버금가게 ‘우머나이저’(womanizer·바람둥이)로 불릴 만큼 화려한 여성 편력을 자랑했다. 구십 평생을 바람둥이로 살았던 피카소지만 평생의 ‘뮤즈’ 6인을 그린 초상화를 죽을 때까지 간직했다는 ‘로맨틱한’ 사실이 공개됐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31일(현지시간) “전 애인들과의 추억을 사진으로 보관하는 일반인들과 달리 피카소는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여섯 여성의 모습을 자신이 직접 스케치 또는 조각해 보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피카소의 유족들이 그의 작업실에 보관하던 미공개 작품 200점 가량을 경매에 내놓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종이에 그린 회화 106점과 조각 70점 등이 경매에 나왔으며 이들의 가치는 980만 파운드(약 16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피카소는 23세 때 만난 첫 애인인 프랑스 출신 모델 페르난다 올리비에를 시작으로 대략 10년을 주기로 새로운 연애를 이어갔다.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7명의 여성과 깊은 관계를 맺었지만 결혼까지 한 여성은 2명뿐이었다.
첫 연인인 올리비에는 유부녀였기에 화가와 모델에서 9년간의 동거 관계로 발전했지만 결혼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요절한 두 번째 연인 에바 구엘과의 짧은 연애를 뒤로하고 피카소는 세 번째 연인인 올가 코클로바와 36세에 첫 결혼을 올린다. 러시아 무용수였던 코클로바와의 부부관계는 불과 4년 만에 소원해졌지만 그들의 결혼은 40여년간 법적으로 유지됐다. 피카소는 코클로바 사후 마지막 연인인 자클린 로크와 80세에 재혼하기 전까지 새 연인들을 부인으로 맞지 못했다.
첫 결혼생활이 파국으로 끝난 뒤 만난 네 번째 연인은 당시 17살에 불과한 마리 테레즈 발터였다. 피카소가 죽자 저승에서 보살피겠다며 자살한 것으로 유명하다. 다섯 번째 연인 사진작가 도라 마르는 피카소의 ‘게르니카’ 시대를 함께했다. 6번째 연인이자 피카소와 40살 차이였던 20세의 여류화가 프랑스와즈 질로는 피카소를 먼저 떠난 유일한 여성이다. 해변에서 파라솔을 들고 질로를 뒤따르는 백발의 피카소 사진은 ‘나쁜 남자‘의 굴욕으로도 유명하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피카소의 뮤즈(여신)들’…피카소가 직접 그려 평생 간직했던 연인 6명 초상 첫 공개
입력 2016-02-01 17:15 수정 2016-02-01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