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 두 선교사 이야기

입력 2016-02-01 15:54

신년을 맞아 각 부서를 방문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질 때 한 임원이 나를 찾아와 말했다.

“사장님, 제가 지방교회의 선교 담당 장로를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과 함께 선교지 순방을 가야 해서 일주일 동안 휴가를 가야 할 것 같습니다.”

회사 일을 놓아둔 채 자리를 오래 비워야 하니 좀 더 생각해 보라고 권했다. 그러나 그 임원은 단호했다.

“꼭 가야합니다. 필리핀과 베트남의 선교지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간절하고 결연한 태도에 휴가를 허락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잘 다녀왔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사장님, 참 신기한 것을 보고 왔습니다. 교회가 필리핀으로 파견한 선교사님은 한의사인데, 이슬람권의 선교를 위해 필리핀을 떠나 말레이시아로 거처를 옮긴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순방 때 그곳에 가보니, 선교사님의 생활이 너무 화려하데요. 마치 한국의 강남 부유층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선교사님께 이슬람권 선교가 잘 되느냐고 물었더니 ‘이슬람은 못 하고 우선 한국인이나 중국인, 인도인 등을 상대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교인들이 어렵게 모아 헌금한 돈인데 이제 그만하시고 독립하시라는 말이 무척 하고 싶었는데 꾹 참았습니다.”

한 달에 3천 달러 가량을 선교비로 받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 금액이면 교인들 입장에서는 정말 어렵게 낸 헌금인데, 보다 보람 있는 선교를 위해 쓰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말레이시아를 떠나 베트남으로 건너갔다. 베트남에 계신 선교사님은 약국을 운영하던 약사인데, 선교비로 한 달에 200달러 정도밖에는 드리지 못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선교사님은 딸에게서 1천 달러 정도를 지원받고 전력을 다해 선교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한국어 학원 겸 조그만 카페를 운영하는 한편, 전도된 몇 명을 한국의 지방 대학에 유학 보내고, 학원 겸 카페에서 한국 문화와 성경을 가르치고 있었다고 한다. 베트남을 방문한 순방 일행은 이 모습을 보고 무척이나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성공적인 선교 모델을 발견했다며 칭찬이 대단하다.

어느 선교사는 큰 지원을 받고 있으면서도 성과가 없고 어느 선교사는 적은 지원 속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분과 그렇지 않은 분의 차이를 느꼈다고 한다.

개인의 생활을 위해 선교비를 사용하고 그 선교비로 자신의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내면서도, 몇 년이 지나도 선교의 열매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교회는 선교지를 꼭 방문해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선교를 한다며 후원금을 받아 낭비하는 선교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열악한 지원과 환경 속에서도 현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선교를 하시는 선교사님도 무척 많다고 한다. 아무런 명예나 보상을 바라지 않고 오직 주님을 위해 헌신하는 한국 선교사님들을 발굴해 국내의 성도들에게 알리고 싶다. 그들의 헌신이야말로 하나님을 진정 기쁘게 하는 참된 선교사의 길이 아닐까 한다.

요즘 중국에서는 한국 선교사들을 모두 내쫓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 쫓겨난 분들이 태국으로, 베트남으로 간다고 한다. 평생 주님을 위해 헌신하는 수많은 선교사들에게 감사한다. 한국 성도들의 선교 헌금이 정말 옳은 곳에 잘 쓰인다면 하나님도 크게 기뻐하실 것이다. 교회도 이를 잘 관리하고 옥석을 가리는 선교 후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얼마 전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을 방문했다. 경내에 있는 한국 기독교 100주년 선교기념관에는 100년 전 한국에 파견된 선교사님들이 고국에 보냈던 선교 일지들이 잘 전시되어 있었다.

매일 매일 드렸던 기도 내용, 선교 내용, 그리고 한국의 문화와 풍습에 대해서까지도 세밀히 정리해서 보고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시 선교 지원국에서 선교사들을 얼마나 철저히 지도하고 관리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들의 선교일지는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관리가 잘 되는 선교야말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한국이 세계무대에서 선교의 열매를 맺는 ‘모범 선교국’이 되기를 소망한다.

한국유나이티드문화재단 이사장·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