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국민보도연맹 사건 손해배상 첫 판결

입력 2016-02-01 13:54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들이 사살되지 않았다면 그들이 벌었을 재산을 국가가 유족에게 배상해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국민보도연맹은 대한민국 정부가 정부수립 이후 좌익관련자들을 전향시키고 전향자들을 관리·통제하려고 설립한 조직이었다.

부산지법 민사합의9부(부장판사 정철민)는 경남 양산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유족 27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판결 핵심은 희생자들이 살아있었을 경우 당시 농촌 일용노임을 기초로 만 55세까지 벌 수 있었던 재산과 연체이자를 정부가 유족들에게 지급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97명 중 노동이 가능했던 것으로 판단된 85명의 유족에게 최대 1695만원의 배상금이 인정됐다.

이번 판결은 국민보도연맹 사건에서 위자료 외에 재산상 손해를 국가가 배상해야한다고 인정한 첫 사례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조사·발표 이후 전국의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대법원에서 희생자에게 8000만원, 희생자 유족에게는 400만∼4000만원의 위자료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국민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이유와 적법한 절차없이 희생자들을 구금, 살해함으로써 헌법에 보장된 이들의 기본적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고 그것 때문에 희생자들이 재산상 손해를 봤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정부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희생자들이 입은 재산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경남 양산군 김모(당시 18세)씨 등 국민보도연맹 경남연맹 소속 97명은 1950년 8월 9일부터 약 2주간에 걸쳐 양산군 동면 사송리 사배재(현재 부산시 금정구 노포동 뒷산)와 동면 여락리 남락고개 등지에서 양산경찰서 소속 경찰과 군인에 의해 집단 사살됐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