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나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만날 때 흔히들 “잔돈이 없어서요”라고 물리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미국의 한 노숙인에게는 이 방법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의 한 노숙자가 현금 및 직불카드와 신용카드까지 구걸을 받을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등 미국 언론들이 31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디트로이트의 노숙자 에이브 핸지스턴(사진)은 스마트폰에 연결해 카드를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인 ‘스퀘어’라는 단말기를 개발해 부착하고 다닌다.
7년차 노숙인인 그는 자신뿐 아니라 비슷한 처지의 다른 노숙인도 돕고자 도 개설했다.
구걸로 하루 20∼50달러(약 2만4000∼6만 2000원)를 버는 것으로 알려진 핸지스턴은 웹사이트에 기부하는 후원자들의 정기 후원금을 모아 근처 365명의 노숙인에게 동등 분배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핸지스턴은 “노숙인의 자립을 도울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동앗줄로 우리를 도울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는 글을 웹사이트에 남겼다. 이어 “친구나 가족이 없을 때 얻을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힘든지 사람들은 모른다”며 신용카드 접수가 생존을 위한 방편임을 강조했다.
미국 하와이주를 비롯해 워싱턴주 시애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오리건주 포틀랜드는 지난해 거리에 넘쳐나는 노숙자들로 비상사태를 겪기도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신용카드로 긁으셔도 됩니다” 카드로도 동냥받기 시작한 美 노숙인
입력 2016-02-01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