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때마다 사지가 떨려”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母 한탄

입력 2016-02-01 11:21
19년 만에 진범이 가려진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조중필씨의 어머니가 헛헛한 심경을 토해냈다. 이제라도 아들의 마음이 편해졌을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안도했다.

조씨의 어머니 이복수씨는 피의자 아더 존 패터슨에게 유죄가 선고된 데 대해 “국민들에게 감사하다”고 1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어 “우리 같이 힘없는 국민들이 좀 힘을 합해서 법도 바로 서게 하고 (대법원 판결까지)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법정에서 패터슨을 처음 만난 이씨는 “재판 때마다 심장이 떨리고, 사지가 벌벌 떨렸다”고 회상했다. “얼마나 기가 막혀요. 자식은 그렇게 억울하게 죽었는데 두 놈(아더 패터슨·에드워드리)은 다 나와서 그렇게 돌아다니고 그러니….”

이씨는 취재진에게 아들과 마지막으로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모자가 나란히 앉아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다.

이씨는 “이 사진이 1997년 4월 1일에 찍은 건데, (아들이) ‘엄마하고 여기까지 왔으니까 한 번 찍자고 해서 이렇게 않아서 찍었다”면서 앨범을 어루만졌다. 이 사진을 찍고 이틀 뒤 아들은 세상을 떠났다.


뒤늦게 진범으로 지목된 패터슨이 지난해 9월 국내 송환될 때는 차마 공항에 나가지 못했다. 이씨는 “그놈 마중 나가는 꼴이 돼서 (안 갔는데) 지금 보니까 가서 그냥 물이라도 끼얹고 멱살이라도 잡을 걸 (싶다)”고 했다.

패터슨은 사건 발생 18년 9개월 26일 만에 살인 혐의를 인정받아 법정 상한인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내가 너무 울고 눈물을 많이 흘리니까 (아들이) 엄마 울지 말라고 이렇게 눈물을 안 흘리게 하나”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조만간 판결문을 들고 아들 유골을 뿌린 산에 찾아갈 예정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