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여덟 명이 무면허 운전을 하고 가다 교통사고를 낸 뒤 숨진 친구에게 죄를 덮어씌워버린 비정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31일 오전 0시30분쯤 전북 정읍시 북면의 한 도로에서 김모(18)군이 몰던 카니발 차량이 빙판길에 미끄러져 전복됐다. 이 사고로 뒷좌석에 타고 있던 친구 최모(18)군이 숨졌다.
차량은 숨진 최군이 인근 지역에 살던 친구들을 데려다 주려고 전날 오후 8시쯤 아버지 몰래 끌고 나온 것이었다. 차량에는 김군을 포함해 모두 8명이 탑승했다. 미성년자인 이들은 모두 무면허 상태였다.
최군은 사고 충격으로 차량 밖으로 튕겨나가 논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이 죽었나 봐. 어떻게 하지?” 형사처벌을 면하게 어렵다고 판단한 김군은 같이 탄 친구들과 입을 맞춰 최군을 운전자로 위장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나던 주민에게 부탁해 “친구가 교통사고로 숨졌다”고 119에 신고했다. 그러나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최군이 운전자라는 주장을 의심했다. 의문스러운 단서들이 속속 발견됐기 때문이다.
보통 운전자가 숨지면 차량 전면 유리가 깨지는 등의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깨끗했다. 특히 사고차량이 도로를 달리는 장면이 찍힌 CCTV 화면에 최군이 아닌 다른 사람이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경찰은 김군을 포함한 동승자를 개별적으로 추궁했고, 결국 김군이 ‘운전자 바꿔치기’를 공모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전북 정읍경찰서는 31일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김모(18)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추가 조사를 벌여 동승자도 범인도피 혐의로 추가 입건할 예정이다.
권남영 기자
“죽은 친구 두 번 죽여” 무면허사고 덮어씌운 막장 고딩들
입력 2016-01-31 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