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납품업체, ‘비싼 수수료’에 울고 ‘갑질 거래’에 또 운다

입력 2016-01-31 15:07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빅3 백화점이 납품업체에게 최고 40%에 육박하는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과의 거래에서 ‘갑질’을 겪은 업체도 10곳 중 3곳 꼴이었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납품업체 208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백화점 납품업체 애로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구두, 액세서리, 패션잡화, 의류(남성·여성 정장)는 최고 39%까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구두, 액세서리가 39%로 가장 높았고, 신세계백화점은 생활용품·주방용품에서 36%, 현대백화점은 가구·인테리어 부문이 38%로 가장 비싼 수수료를 받고 있었다. 납품형태도 백화점이 재고부담을 책임지지 않는 ‘특약매입’ 방식이 86.1%로 대부분이었다. 백화점이 직매입을 할 경우 재고부담을 져야 하지만 특약매입의 경우 납품업체의 제품을 외상으로 가져와 판매한 후 재고는 반품할 수 있다.

백화점 판매수수료 결정방법은 ‘백화점과 합의해 조정’(40.2%)이 가장 많았고, ‘백화점 제시수준을 수용’(34.6%)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 업체의 47.5%는 ‘수수료 결정 과정에서 협상력이 적다’고 답했다. 업체들은 판매수수료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세일 할인율만큼 유통업체 수수료율 할인감면 적용’(53.6%), ‘수수료 인상 상한제 실시’(45.8%) 등을 제시했다.

납품업체와의 계약, 상품거래, 판촉·세일 등에서 백화점의 ‘갑질’도 여전했다. 25개 불공정거래 항목 중 한 번이라도 불공정거래를 경험한 업체는 10곳 중 3곳(29.8%)이었다. 이중 56.4%는 2가지 이상의 불공정거래를 겪었다고 답했다.

납품업체들은 불공정거래 관행을 없애기 위해 ‘표준계약서 보급 확대’(23.1%), ‘동반성장지수 평가 확대 반영’(22.1%)을 제안했다. 한 납품업체 대표는 “백화점은 매출이 적은 업체의 수수료를 낮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평균수수료율을 관리하고 있다”며 “개별 업체의 수수료를 분석해 판매수수료의 평균값의 허실을 파악해야 한다”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2월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평균 수수료율이 28.18%라고 발표한 바 있다.

중기중앙회 김경만 산업지원본부장은 “백화점들이 ‘특약매입’ 형식을 고수하는 것은 납품기업에 재고 리스크를 모두 떠넘기는 것”이라며 “이 경우 납품업체는 백화점에 있는 부동산 임대업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