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론’이 또 맞았다…최근 세대일수록 학력·계층·직업세습 고착화 두드러져

입력 2016-01-31 07:03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는 끝났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노력보다 부모의 배경에 따라 장래가 결정된다는 자조가 담긴 ‘수저론'을 뒷받침하는 분석 결과다.

3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여유진·정해식 연구원은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Ⅱ' 연구보고서에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를 거쳐 정보화세대로 넘어오면서 우리 사회의 직업지위와 계층의 고착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부모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식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해 6~9월 전국의 만 19세 이상~만75세 이하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소득계층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등을 면접조사 했다.

특히 세대 간 사회이동의 변화양상을 파악하고자 조사대상자 중 현재 직장을 가진 25~64세 남자 1342명을 산업화세대(1940년생~1959년생, 181명), 민주화세대(1960년생~1974년생, 593명), 정보화세대(1975년생~1995년생, 568명) 등 3세대로 나눠 부모의 학력과 직업, 계층, 본인의 학력이 본인의 임금과 소득에 미친 영향을 들여다봤다

먼저 아버지 학력과 본인 학력을 교차분석한 결과 대체로 아버지 학력이 높을수록 본인의 학력도 높았다. 특히, 아버지의 학력이 중졸 이하이면 본인의 학력도 중졸 이하인 비율이 16.4%에 달했다. 아버지의 학력이 고졸 이상이면서 본인 학력이 중졸 이하인 비율은 거의 ‘0’에 가까웠다.

세대 간 고학력 세습도 어느 정도 확인됐다.아버지가 대학 이상의 고학력자면 아들도 대학 이상의 고학력자인 비율이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세대에서 각각 64.0%, 79.7%, 89.6%를 기록했다. 최근 세대가 될 수록 고학력 아버지의 자녀가 고학력일 확률이 더 높아진 셈이다.

아버지의 직업(단순노무직, 숙련기능직, 서비스판매직, 사무직, 관리전문직)과 아들 직업을 교차분석을 해보니 전체적으로 아버지의 직업이 관리전문직이면 아들의 직업도 관리전문직인 비율이 42.9%로 평균(19.8%)의 2배를 웃돌았다.

세대별로는 관리전문직 아버지를 둔 아들이 관리전문직인 비율이 민주화세대에서는 56.4%로 평균(23.3%)의 약 2배에 이르렀고 정보화세대에서는 37.1%로 역시 평균(18.2%)의 2배 정도였다.

특히 정보화세대에서는 단순노무직 아버지를 둔 자녀가 단순노무직인 비율이 9.4%로 평균(1.9%)의 약 5배에 달해 특히 정보화세대에서 직업의 세습이 매우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세 무렵 본인의 주관적 계층(하층, 중하층, 중간층, 중상층, 상층)과 현재 주관적 계층 간의 교차분석 결과 아버지 세대의 계층과 관계 없이 자식 세대가 하층 또는 중상층이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했다.

구체적으로 아버지의 계층에 따라 아들이 특정 계층에 속할 확률을 살펴보니, 정보화세대에서 특히 아버지가 중상층 이상일 때 자식 또한 중상층 이상일 확률은 아버지가 하층이었던 경우 자식이 중상층 이상이 될 확률보다 무한대에 가깝게 더 높았다. 정보화세대에서 중상층과 하층의 계층 고착화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일정 이상의 상향 이동은 사실상 매우 힘든 상황이 돼 가고 있다는 뜻이다.

민주화세대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지만 계층 고착의 정도는 정보화세대보다 낮았다. 반면 산업화세대는 중상층까지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더 활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민주화세대에서는 부모의 학력이 본인 학력과 더불어 임금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확인됐다. 정보화세대로 오면 부모의 학력과 함께 가족의 경제적 배경이 본인의 임금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화세대로 올수록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재산축적뿐 아니라 간접적으로 인적자본 축적(학업성취), 직접적으로는 노동시장 성취(임금과 직업)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다. 본인의 학력이 임금에 영향을 주는 거의 유일하고도 결정적인 변수일 뿐 부모의 학력과 계층은 임금수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산업화세대와 대비된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