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멘붕의 역전패… 日 주연, 韓 조연의 대반전 드라마

입력 2016-01-31 02:17 수정 2016-01-31 13:49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은 경기시간의 절반을 훌쩍 넘긴 67분 동안 주도권을 잡았다. 후반 22분까지 2대 0으로 앞서 있었다. 승리가 확실해 보였다. 아시아 제패보다 더 짜릿한 한일전의 승리가.

주·조연이 바뀐 드라마의 대반전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벼락처럼 골을 퍼부었다. 후반 22분 아사노 타쿠마의 만회골, 후반 23분 야지마 신야의 동점골이 터졌다. 승리의 기대감에 심취해 집중력을 잃은 한국은 허둥거리면서 일본의 골 폭풍 속으로 휘말렸다. 뒤늦은 파상공세를 벌였지만 수비를 앞세워 ‘실리축구’를 전개한 일본의 골문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한국이 또 한 번의 공격에 실패하고 공이 역방향으로 향한 후반 36분 드라마는 결말을 지었다. 아사노는 일본의 역습에서 하프라인을 넘어 한국 진영으로 흐른 공을 잡았다. 한국 수비진을 등지고 페널티박스까지 쇄도했다. 그리고 왼발로 낮게 깔아 슛을 때렸다. 공은 한국 골문 오른쪽 구석 깊숙한 곳으로 박혔다. 일본의 결승골.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이 나타난 순간이었다. 드라마의 전개를 완전히 뒤집은 대반전에 걸린 시간은 고작 14분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한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30일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일본에 2대 3으로 역전패했다. 전반 20분 권창훈, 후반 2분 진성욱의 골로 일찍 잡은 주도권을 마지막까지 지키지 못했다.

AFC U-23 챔피언십은 2016 리우올림픽에서 아시아에 배당한 본선 진출권 3장이 걸린 대회다. 한국은 이미 일본, 이라크와 함께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은 아시아 최강을 가리는 경기였고, 한일전의 자존심을 걸고 싸운 경기였다. 일본의 입장에선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한국 2대 0 승), 2014 인천아시안게임 8강전(한국 1대 0 승) 패배의 설욕전이었다. 절실한 쪽은 일본이었다.

일본은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했다. 스스로 드라마를 쓰면서 주인공이 됐다. 아시아 정상에 올랐고, 한국에 설욕했다. 그동안 한일전에서만큼은 가장 치열하게 싸우며 1998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의 ‘도쿄대첩’(한국 2대 1 승),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등의 명승부를 만들었던 한국은 조연으로 밀렸다. 적어도 이 드라마의 결말에선 그랬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