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온다…. 조금만, 조금만 더…”
지난 29일 오후 9시 15분 중국 산둥(山東)성 핑이(平邑)현의 석고광산 붕괴사고 현장. 매몰될 광부를 끌어올리기 위해 마련된 구조통로 주변에 모인 구조대원들의 눈은 끝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구멍 아래로 향해있었다.
지하 220m에 갇힌 생존자 4명을 직경 70㎝의 작은 구멍을 통해 다시 지상으로 끌어내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기중기가 이 통로 아래로 내려보낸 줄을 감기 시작한 지 10분이나 지났지만 생존자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줄의 끝은 매몰 광부들의 몸과 연결돼있었다.
오후 9시21분이 돼서야 마침내 하얀색 안전모 아래 초췌한 얼굴을 한 첫 번째 생존자가 천천히 지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 수백 m의 지옥같은 폐쇄공간에서 버틴 지 36일만이었다. 구조대원들과 공무원, 기자, 시민 등 현장에 있던 1000여 명은 너나할 것 없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지옥 같은 곳에서 기적처럼 살아돌아온 생존자는 자오즈청(趙治誠·50), 리추성(李秋生·39), 관칭지(管慶吉·58), 화밍시(華明喜·36)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허연 입김을 내뿜는 광부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한편으로는 표정에서 안도감도 묻어났다. 세 번째 생존자가 지상으로 올라온 뒤 모두에게 큰 소리도 “감사하다”며 인사를 건넸다. 한 명이 골절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면 이들의 건강은 대체로 양호했다. 4명의 생존자를 지상으로 끌어올리는데 총 1시간 44분이 걸렸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25일 오전 7시56분쯤 위룽(玉榮)상업무역주식회사 소유 석고광산에서 발생했다. 29명의 광부가 매몰됐다가 사고 발생 뒤 11명이 구조되고 1명이 숨졌다. 17명은 실종상태였다. 사고 엿새 만인 같은 달 30일 직경 178㎜의 구멍을 뚫어 지하 220m 지점까지 내려보낸 탐측기가 4명의 생존을 확인하면서 기적이 시작됐다. 중국언론들은 이들 광부들이 폭발사고 직후 스스로 6∼8㎡ 크기의 생존 공간을 개척해 가까스로 살아남았다고 보도했다.
구조팀은 즉각 ‘생존구멍'을 뚫어 식량, 조명등, 휴대전화 등 긴급 생존물품을 공급하고 의료 전문가들이 심리상담도 진행했다. 그때까지만해도 이들을 지상으로 끌어올리는데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릴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구조팀이 대규모 구조인력과 무인기 등 최신 구조장비 600대를 동원했지만 그러나 지층이 대규모 폭발 때문에 변형되면서 ‘구조통로' 구축 작업은 난항을 거듭했다. 규모 4.0의 지진이 감지될 정도로 강도가 큰 폭발사고였다.
구조당국 관계자는 “석고광산은 철광산, 석탄광산에 비해 (지질이) 무르고 안정성도 떨어져 구조작업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작업 중이던 구조통로에 지하수가 스며들어 무용지물이 되는 일도 반복됐고 생존자들이 있는 공간에도 지하수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구조통로는 사고 발생 한 달을 전후해 거의 완성됐지만, 방향에 오차가 생긴 것으로 드러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생존 광부들은 그런 가운데서도 “당신들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며 강한 삶의 의지를 보였고 결국 무사히 구조돼 한주 앞으로 다가온 이번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게 됐다. 이들은 현재 병원으로 이송돼 정밀검사와 심리치료 등을 받고 있다.
중국언론들은 지름 70㎝의 수직 구조통로를 통해 매몰자 구조에 성공한 것은 중국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자 세계적으로도 세 번째 사례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2010년 10월에도 칠레 산호세 광산의 붕괴된 갱도 안에 갇혀 있던 광부 33명이 69일 만에 기적적으로 살아돌아가 전 세계에 감동을 줬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36일만에 살아 돌아온 中광부들 “드디어 나왔다”
입력 2016-01-31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