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 진범 미군 범죄수사대는 알고 있었다

입력 2016-01-30 15:20
아더 존 패터슨(37)이 진범이라고 판결하기 19년 전 이미 패터슨이 범인임을 지목한 곳이 있다. 미군 범죄수사대(CID)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사건 초기 이태원 살인 사건을 수사한 CID는 1997년 4월 5일 유력한 용의자에 대한 제보를 받아 미 8군 연내 드래건호텔에서 미 군속 자녀인 패터슨을 체포해 서울 용산경찰서에 넘겼다. CID는 패터슨이 버린 흉기를 찾으려 미군 소방대를 동원해 하수구 덮개를 들춰내기도 했다.CID 수사책임자이던 B씨는 지난해 11월 패터슨의 공판에 출석해 “모든 증거를 고려했을 때 패터슨이 찔렀다는 게 논리적인 결론이었다”며 패터슨을 살인범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당시 용산경찰서에서 수사를 맡았던 형사도 둘 다 혐의가 있다고 보고 공동정범으로 기소 의견을 냈지만 검찰에서 뒤집혔다.

검찰은 “피해자의 상처 위치와 방향을 볼 때 피해자보다 덩치가 큰 사람일 것”이라고 한 부검의 의견을 토대로 키 180㎝가 넘는 리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고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패터슨은 증거인멸죄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이듬해 리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29일(금) 패터슨이 징역 20년형을 받기 전까지 이 사건은 ‘죽은 사람은 있으나 죽인 사람은 없는’ 상태로 남아 있었다.

리만 살인 혐의로 기소했던 당시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는 2000년 검찰을 떠나 전북의 한 도시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CID(U.S. Army Criminal Investigation Command)는 미 육군과 관련된 각종 범죄를 수사하는 군 내 조직으로 범죄 첩보를 수집, 분석해 전파하고 범죄 기록 관리도 한다. 전 세계에 약 2천명의 군인과 민간인, 900명의 특별요원이 속해있으며 한국에도 미군부대가 있는 서울 용산, 동두천, 의정부, 대구 등에 있다.



공희정 기자 jjing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