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뇌사사건 항소심에서도 정당방위 인정 안돼

입력 2016-01-29 18:52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을 폭행해 숨지게 한 일명 ‘도둑뇌사사건’의 항소심에서도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았다. 도둑을 완전히 제압한 뒤 지속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것은 정당방위의 범위를 벗어났다는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고등부장판사 심준보)는 29일 집에 침입한 도둑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최모(19)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최씨에게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집에서 마주친 피해자가 도망가려하자 주먹과 발로 얼굴과 온 몸을 수차례 가격했고, 1차 폭행 후 제압됐음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발로 밟거나 걷어찬 다음 빨래 건조대로 여러 차례 내리쳤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공격의사가 압도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도 없어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에 무단 침입해 절도를 하려던 것이 최초 원인이 된 점과 피고인이 초범이고 스스로도 이 사건으로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며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사망했고 피해자의 보호자도 피해자의 병원비 지출로 괴로워하다 자살한 점 등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2014년 3월 8일 오전 3시15분쯤 강원도 원주시 남원로 자신의 집에 침입한 김모(55)씨를 주먹과 발, 허리띠, 빨래건조대 등으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했다. 당시 김 씨는 술을 마신 뒤 귀가했다가 거실에서 서랍장을 뒤지던 김 씨를 발견했고, 도망치려던 김씨를 주먹으로 때려 쓰러트린 뒤 폭행했다. 김씨는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고 9개월가량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있다 그해 12월 25일 숨졌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식물인간 상태이던 2014년 10월 24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씨에게 ‘과잉대응’을 이유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이후 항소심 재판 진행 중 김씨가 숨지면서 상해치사로 공소장이 바뀌었고 재판부도 변경됐다. 최씨는 지난해 3월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보석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