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내놓겠다"던 이완구 전 총리, 법원 "금품수수 유죄"

입력 2016-01-29 15:00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완구(66) 전 국무총리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4월 9일 성 전 회장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남기고 사망한 지 9개월여 만이다. 이 전 총리는 이후 4월 1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장준현)는 29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전 총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된 정치인들 중 첫 유죄 판결이다. 재판부는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해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피고인이 공직에 헌신하며 국가발전에 기여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사망 직전 언론사 기자와 통화한 녹취록 내용 및 정치인 8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통화 내용이 사회에 큰 파장 불러올 수 있고, 수사로 진위가 밝혀질 것을 예상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성 전 회장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성 전 회장의 운전기사, 수행비서, 자금관리자들의 진술을 종합할 때 경남기업의 비자금이 이 전 총리에게 전달된 정황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성 전 회장이 2013년 4월 4일 이 전 총리의 선거사무소를 찾아간 점,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와 독대한 가운데 성 전 회장의 비서가 성 전 회장에게 돈이 든 쇼핑백을 건넨 점 등이 모두 인정됐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은 지난해 7월 리스트 속 인물 8인 중 이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만 불구속 기소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 4일 자신의 충남 부여 재보궐선거 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이든 쇼핑백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 전 회장의 측근인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현금 1억원을 건네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홍 지사는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현용선)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총리에 대해 유죄가 선고되면서 홍 지사의 1심 재판에서도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홍 지사 재판에서도 증거로 제시된 통화 녹취록과 정치인 리스트의 증거능력이 인정된 것은 홍 지사 재판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