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바짝 추격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는 버니 샌더스(74)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자신을 비판한 언론사 사설을 직접 언급하며 정면대응하고 나섰다. 오랜 기간 ‘비현실적’ 후보라는 이유로 주류 언론에게 외면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그간 쌓인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샌더스가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주재로 열린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당일 WP 지면에 실린 사설 ‘샌더스의 소설뿐인 선거운동(Bernie Sanders's fiction-filled campaign)’을 언급하며 직접 반박했다고 전했다.
해당 사설은 “샌더스는 사실을 용감하게 이야기하는 후보가 아니다”라며 “그저 진보적 유권자들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있을 뿐이다”라는 주장을 담았다. 뿐만 아니라 샌더스에 대해 “유럽의 사회적 모델을 미국에 어떻게 가져올지에 대한 뜬구름 잡는 주장만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어 “금융위기 이후 월스트리트가 벌인 개혁이 대형 은행들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을 상당히 줄였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 자리에서 샌더스는 사설에 대해 “그런 소리는 그간 수도 없이 들어왔다”면서 “WP 논설진이든 누구든 다들 우리 주장이 너무 극단적이라는 얘길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정말 극단적인 건 지난 30년 동안 노동계층의 부가 상위 1% 계층에게로 급격히 이동했다는 것”이라면서 “중산층 몰락을 걱정하던 WP는 어디에 갔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날 샌더스는 WP의 사설과 관련 없는 부분도 공격하며 분이 풀리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WP에 따르면 샌더스는 몇 시간 뒤 외교 문제에 대해 질문 받던 자리에서 “다시 WP 이야기를 좀 해보자”라며 “(조지 W 부시 시절) 이라크전에 대해 얘기하던 논설진 천재 양반들은 다 어디 가셨나”라고 비꼬았다. 당시 WP는 이라크전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미국의 또다른 주류 언론 뉴욕타임스(NYT) 기자도 이날 샌더스의 분노를 피해가지 못했다. 샌더스는 NYT 기자가 샌더스 측이 클린턴 캠프에 네거티브 공세를 가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기사를 쓴 데 대해 “전혀 그런 일 없다”면서 “누구한테 한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다음번에는 나한테 직접 얘기하라”고 쏘아붙였다.
샌더스는 민주당 후보 선출 가능성이 비교적 높아진 현 시점 직전까지 주류 언론에게서 철저히 외면을 받아왔다. 지난해 5월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도 NYT는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 테드 크루즈 등 다른 후보 출마 기사를 1면에 쓰면서도 샌더스는 21면에 배치했다.
WP 역시 당시 샌더스를 소개한 기사에서 “될 것 같지 않은 대통령 후보”라는 모욕적인 설명과 함께 “과거의 히피, 강한 브루클린 사투리에 구깃구깃한 양복을 입고 헝클어진 백발을 날리며 ‘억만장자 계급’이 이 나라를 장악하고 있다며 공격하는 70대 사회주의자”라고 적었다.
최근 샌더스의 기세가 높아지면서 이들 주류 언론은 적잖이 당황한 모양새다. 다음달 1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가 눈앞에 다가온 28일(현지시간) NBC방송/월스트리트저널(WSJ)/마리스트폴이 발표한 아이오와주 설문조사에서 샌더스는 45%를 기록, 48%로 1위를 차지한 클린턴을 바짝 추격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주류 언론과 ‘불편한 사이’ 이어가는 샌더스, 비판 신문 사설에 ‘발끈’
입력 2016-01-29 14:51 수정 2016-01-29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