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가 일본 프로레슬링계 대부인 역도산(본명 김신락·1924~1963) 띄우기에 나섰다.
북한 대외선전용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은 27~28일 '세계프로레슬링왕자-김신락'이라는 제목의 시리즈 기사에서 역도산의 업적을 집중 조명했다. 기사는 1회에서 역도산이 일본인이 아닌 고향이 함경남도인 '조선사람'임을 강조하고 2회에서는 본격적으로 그의 시합 기록을 소개했다.
조선의 오늘은 "김신락의 키는 176㎝이었고 체중은 105㎏이었는데 이것은 프로레슬링 선수치고는 상당히 작은 체구였다"며 샤프형제, 프리모 카르네라 등 그가 자신보다 신체 조건이 좋은 서양 선수들에게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을 부각했다.
특히 역도산이 '프로레슬링의 제우스'로 불리던 미국의 루 테즈를 상대로 승리한 경기나 미국 선수가 역도산을 극찬한 사례를 강조하며 그가 '미국'을 상대로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데 주목했다.
조선의 오늘은 "그와 대전했던 선수들치고 그보다 체구가 작은 선수는 거의 없었다"며 "김신락은 자기보다 체구가 엄청나게 큰 그 모든 상대들을 무자비하게 쓸어눕혔다"고 찬사를 보냈다.
북한은 그동안 역도산을 스포츠 영웅으로 평가해왔지만 이처럼 시리즈물을 내보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현재 2회 분량이 게재된 시리즈는 아직 완결되지 않아 후속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역도산을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서방을 무릎꿇린 영웅으로 상징화함으로써 자신들도 제4차 핵실험 이후 가시화하는 미국 등의 경제제재를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최근 '강자'인 호랑이가 '작은' 고슴도치에게 당해 동물 나라에서 쫓겨나는 '고슴도치의 가시창'이라는 만화영화를 통해서도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자신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보여줬다.
북한 체육계 거물로 통하는 박명철(75) 전 체육상이 역도산의 사위라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체육상의 여동생 박명순 당 경공업부 부부장이 최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현지시찰에 동행할 정도로 그의 집안은 북한 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민족제일주의를 강조하는 북한이 역도산이 미국 등 서방 선수들을 상대로 거둔 업적을 활용해 일종의 선전효과를 누리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자기보다 큰 상대들 쓸어눕혔다” 北, 왜 갑자기 역도산 띄울까?
입력 2016-01-28 1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