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인공지능이 바둑에서 인간을 완전히 이겼다.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가 인공지능 ‘딥블루’에게 패배한 지 20년 만이다. 남은 상대는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쎈돌’ 이세돌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구글은 자신들의 자회사 ‘딥마인드’가 내놓은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유럽 대회 3회 우승 경력의 판후이를 종합전적 5-0으로 이겼다고 발표했다.
승부는 지난해 10월 딥마인드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네이처 편집자인기도 한 탄가이 추아드 박사는 직접 이 경기를 참관했다. 추아드 박사는 승부를 지켜보며 “정말 소름돋았다”고 표현하며 “인류가 패배하는 걸 지켜보며 무력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간 체스와 달리 바둑에서만은 여전히 인간이 우위라는 게 정설이었다. 바둑이 체스보다 복잡한 규칙과 수를 지닌 게 이유였다. 학계에서도 인공지능의 승리가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예측하지 못했다. 2014년 바둑 게임 인공지능 개발자 레미 쿨롬은 인공지능이 인간 바둑 챔피언을 이기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 예측한 적 있을 정도다.
이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건 새 인공지능이 그간의 접근방식을 완전히 바꿨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둘 수 있는 수 중에서 최선의 수와 차선의 수를 차례로 얻어낸 다음 최선의 수를 두는 방식으나, 경우의 수가 워낙 많은 바둑에서는 이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때문에 개발자들은 접근 방식을 바꿔 인간의 사고방식에 따른 수를 예측하고 이에 맞는 플레이를 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전문가 수준 상대의 수를 57% 가량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같은 인공지능 사고는 의료 기술이나 기후문제 해결 등 현실세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개발진은 마지막 대국으로 세계 최고수로 알려져 있는 한국의 ‘쎈돌’ 이세돌과의 대국을 계획하고 있다. 이세돌은 “결과와 상관없이 바둑 역사에서 의미있는 승부가 될 것”이라면서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이 갈수록 놀랍게 발달하고 있다고 들었지만, 적어도 이번에 이길 수 있다는 건 확신한다”라고 전했다. 이 대국에는 100만 달러(12억원)의 상금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이세돌 인공지능 컴퓨터 바둑 이겨 100만달러 거머쥘까
입력 2016-01-28 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