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0~30대 장마당 세대, 경제활동 주도” 충성도 낮아 사회변혁 주체 급부상

입력 2016-01-28 07:58

북한의 제4차 핵실험으로 '더 강한' 대북 제재가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 내에서 시장 상거래와 경제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20∼30대 '시장세대'의 동향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북 제재가 실효적인 수준으로 강화되면 북한 내 시장 상황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8일 탈북민들과 북한 관련 단체들에 따르면 1990년대 중후반 북한 내 시장의 태동기부터 함께 성장해온 시장세대는 배금주의 성향이 강해 직장에 출근하지 않은 채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밀수 같은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고 보안원(남한의 경찰)에게 걸리면 거리낌 없이 돈으로 무마하는 행태도 보인다.

이 세대는 또 휴대전화, 컴퓨터 같은 IT기기를 많이 쓰고 남한의 드라마나 영화 등 외부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도 적극적이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작년 8월 발표한 탈북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남한 문화를 자주 접했다는 응답이 '35세 미만'에서 55.0%에 달했다. 이는 35∼44세의 39.2%, 55세 이상의 20.5%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국가정보원도 작년 7월 14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장마당(시장) 세대는 이념보다 돈벌이에 관심이 많고 부모 세대에 비해 체제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며 "이들의 성장은 북한 체제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북한의 시장세대가 당장 김정은 체제를 뒤흔들 만한 정치적 변혁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일례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시장세대의 지지도가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같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주민이 김정은을 얼마나 지지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35세 미만 응답자 299명 중 69.2%(207명)가 '50% 이상'이라고 답했다. 이 세대 10명 중 7명꼴은 김정은 체제의 주민 지지 기반이 상당히 강하다고 본다는 의미다. 다른 연령대의 동일 응답 비율은 35∼44세 59.4%, 45∼54세 60.2%, 55세 이상 48.1%로 모두 시장세대보다 낮았다.

또 '김정은 정권이 앞으로 얼마나 유지될 것 같냐'는 질문에 `10년 이내 붕괴'라고 답한 비율이 35세 미만 29.3%로 55세 이상46.9%로 나왔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도 35세 미만의 51.9%가 찬성했고, 반대 응답은 18.2%에 그쳤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청년층이 경제적으로 시장지향적이고 사회적으로 자유분방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하지만 경직된 사회주의에서 벗어나려는 변화는 보이지 않으며 정치적 성향에서는 오히려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 들어 청년층의 사상 통제를 강화하는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2년 6월 소년단 창립 66주년 행사에 참석해 10분 동안 공개 연설을 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소년단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며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는 한 번도 없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또 같은 해 8월 청년절 경축 행사, 2013년 6월 조선소년단 제7차 대회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모두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