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최대한 배제한다” 김종인, 오늘 이승만·박정희 前 대통령·4.19 묘역 참배

입력 2016-01-28 00:01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27일 비대위원 인선을 완료하며 '문재인 체제'를 대신할 새 지도체제를 구축하고 막강한 권한을 쥔 새 대표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날 인선 결과는 주류, 비주류 간 계파갈등에 허우적대온 더민주의 '파워시프트'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지난 22일 발표된 16명의 선대위원 인선안을 놓고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을 의식한 듯 계파색이 옅거나 비주류인 인사들을 합류시켰다는 것이 김 위원장 측 설명이다.

최재성 총무본부장이나 손혜원 홍보본부장 등 친문 인사들은 선대위원으로 임명됐지만 비대위에서는 빠졌다. 다만 문 전 대표가 영입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와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은 외부인사 몫으로 비대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 위원장은 주변 인사들에게 "친노(친노무현)는 최대한 배제하고 중립적인 인사들로 배치하기 위해 애썼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비대위원들은 점심 시간 무렵에 비대위 구성을 위한 중앙위 회의 참석 공지를 받는가 하면, 일부는 지방 일정 참석차 공항으로 향하다 서둘러 행선지를 바꾸는 등 깜짝 인사가 이번에도 재연됐다는 후문이다.

김 위원장은 정책 역량 강화에 큰 비중을 뒀다고 설명했다.

내부인사 몫인 박영선 변재일 우윤근 의원과 이용섭 전 의원 등 4명 모두 정책위의장을 맡은 적이 있다. 여기에다 박영선 우윤근 의원은 원내대표 출신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이 밝힌대로 경제민주화로 대표되는 포용적 성장과 '더많은 민주주의'를 총선전의 양대 키워드로 삼아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여겨지는 부분이다.

주류측에서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비대위에 포진했다는 평가도 있다.

수도권(박영선) 충청(변재일) 호남(우윤근 이용섭)에 지역구를 둔 인사들을 배치해 지역적 안배도 고려했다고 한다. 표 전 교수는 경북 포항, 김 의장이 전북 정읍 출신임을 감안하면 전통적 지지기반임에도 민심이반이 심했던 호남을 좀더 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이날 자신의 과거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참여 전력에 대해 "광주 분들께 굉장히 죄송하다"며 사과한 것도 호남 정서를 감안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통상 원내대표는 비대위에 포함됐지만 이종걸 원내대표가 제외된 것은 원내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비주류를 대변하는 듯한 활동을 해왔다는 항간의 비판론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 때마다 참석해 같이 의논할 계획"이라며 "어떻게 효과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달렸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 위원장은 28일 첫 비대위 회의 개최 전 동작동 국립현충원 방문 때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역까지 찾기로 했다.

중도와 개혁적 보수까지 끌어안아야 한다는 인식의 발로이자 국민의당을 창당 중인 안철수 의원을 겨냥한 행보로 보인다. 그는 참배 배경을 묻자 "자연스럽게 하는건데 그걸 뭘 물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는 현충원에 뒤이어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역을 참배한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 '김종인 선대위' 출범 후 탈당 행렬이 주춤하고 당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긍정적이지만 풀어야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공천 과정에서 각종 파열음이 터져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미 문 전 대표 측근인 노영민 의원과 범친노(친노무현) 중진인 신기남 의원에게 사실상 공천을 배제하는 중징계 결정이 내려지는 등 강한 드라이브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그는 "과거 국민에게 짜증나고 실망케 하는 모습을 탈피해야 한다"며 "당 전체를 위해서라도 단호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후보단일화 등 야권 연대나 통합 문제는 김 위원장이 대외적인 정치력을 시험할 최대 숙제가 될 전망이다.

현재 야권 지형은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에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 호남 신당파가 결합하면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양분되는 양상이어서 박빙 승부가 빈번한 수도권에서는 야권이 참패할 것이라는 당내 우려감이 크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단일화라는 것은 선거 막판에 가서 얘기할 문제"라며 선(先) 자강론을 내세워 외견상 야권 연대에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