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가 보내준 해외여행” 따봉 부르는 여대생 후일담

입력 2016-01-28 00:05
‘일베가 보내준 해외여행’ 사례가 알려진 인터뷰로 화제가 된 대학생 여행작가 안시내씨. 인터파크 저자인터뷰 사진 캡처
대학생 여행작가 안시내씨의 인터파크 인터뷰 중 캡처
극우 성향의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들이 단 악플 때문에 장기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는 17살 남학생의 여행기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자기 사진을 가져다 악플로 난도질한 일베 회원을 고소한 뒤 합의금 등으로 돈을 모았다는 거였는데요. 모든 일베 회원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베는 악플 수위가 꽤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인지 네티즌들은 이 학생이 일베 악플을 복수한 것 같다면서 통쾌해했습니다.

27일 각종 커뮤니티에는 ‘일베가 보내준 해외여행’ 등의 제목으로 대학생 여행작가 안시내씨의 인터뷰가 퍼지고 있습니다. 안시내씨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아프리카 여행을 간 이야기를 지난 12월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이란 책에 담았습니다.

안시내씨는 책에 나오지 않은 이야기를 해달라는 질문에 일본인 친구한테 들은 얘기라면서 일베 악플 때문에 여행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한국인 남학생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탄자니아에는 일본인 여행자가 정말 많았어요. 한 일본인 여행자랑 친해졌는데, 그 친구가 해준 이야기가 생각나요. 그 친구가 만난 한국인 여행자 중에 17살짜리 남자애가 있대요. 심지어 자기 돈으로 여행을 왔다 그래서 그게 말이 되냐고 물어봤더니, 그 친구를 몰래 찍은 사진이 ‘일간베스트’라는 사이트에 올라갔는데 사람들이 엄청나게 악플을 달았나 봐요. 그걸 다 신고해서 모은 돈으로 여행을 온 거예요. 속상해하는 게 아니라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준 일베에게 감사한다면서, 엄청 즐겁게 장기여행 중이래요.” (온라인 서점 인터파크 인터뷰 내용 발췌)

안시내씨는 “저는 악플을 보면 그냥 바보처럼 속상해만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와, 진짜 대단한 멘탈이다. 다음 여행엔 나도…?’라고 생각하며 친구와 웃으면서 악플에 대한 상처를 털어냈다”고도 말했다. 그는 인터넷매체 뉴스컬처와의 인터뷰에서 첫 여행서적 이후 크라우드펀딩으로 여행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알려져 많은 악플을 받아 상처받아 대인기피증이 생기고 여행을 가기 싫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악플은 이제 연예인, 정치인 등 저명 인사를 넘어 일반인에게 까지 날카로운 칼을 꽂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갑남을녀는 악플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일베가 보내준 해외여행’ 사례가 악플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용기를, 악플러에게 교훈을 줬으면 좋겠네요.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