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자연보호구역 출신 독수리가 레바논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이스라엘 당국을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독수리가 체포된 것은 레바논 남부 도시 빈트 즈베일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이스라엘산 식별 띠 및 위치송신기가 달려있는 이 독수리가 붙잡힌 사진이 퍼지면서 이스라엘에까지 소식이 전해졌다.
이스라엘 당국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이 독수리에 부착된 송신기 때문에 그 독수리를 이스라엘 스파이로 의심해 밧줄로 묶어놓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21세기고 야생동물이 (그들이 의심하는 방식으로) 해롭지 않음을 이해해주길 기대한다”며 “레바논 주민들이 독수리를 풀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빈트 즈베일시의 탈리 테넌바움 대변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 독수리가 원래 살던 곳으로부터 4㎞ 가량을 비행해 와 며칠간 레바논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 이슈가 되기 전까지 사전에 “(주민들에게) 잡힌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가디언은 “음모론은 중동 지역의 풍토병”이라며 지난 여름에도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카메라를 장착한 돌고래를 파견해 스파이로 썼다”고 주장하며 체포한 바 있다고 전했다.
2011년 사우디 언론 역시 텔아비브 대학의 식별반지와 GPS를 장착한 독수리가 간첩 혐의가 의심돼 보안군에 의해 체포됐다고 보도했었다. 2010년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상어 공격과 연관이 있다는 이집트 언론의 보도를 일축하기도 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스파이’로 체포된 독수리…중동 지역 만연하는 음모론
입력 2016-01-27 1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