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 한국, 이번엔 밟아주마” 벼르는 日축구

입력 2016-01-27 15:39 수정 2016-01-27 16:37
국민일보 DB (런던올림픽 사진공동취재단)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향한 여정은 끝났다. 남은 것은 자존심이 걸린 숙적과의 마지막 승부다.

한국과 일본이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격돌한다. ‘아시아 최강’ 타이틀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한일전인 만큼 양국 축구대표팀은 배수의 진을 치고 벼랑 끝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올림픽 동메달 뺏은 한국에 복수”… 칼 가는 사무라이 재팬

AFC U-23 챔피언십은 2016 리우올림픽에서 아시아에 3장을 배당한 본선 진출권을 걸고 벌이는 대회다. 아시아 최종 예선에 해당한다. 올림픽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오는 30일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결승전은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의 리턴매치다.

일본의 입장에선 설욕전이다. 한국은 2012년 8월 11일 웨일스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2대 0으로 제압했다.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메달 경쟁 상대가 아시아의 동반자이자 라이벌인 일본이어서 의미가 컸다. 일본의 입장에선 가장 쓰라린 한일전 패배로 기록될 만한 경기였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2대 0으로 격파하고 홍명보 감독을 헹가래치는 올림픽 축구대표팀. 사진=국민일보 DB (런던올림픽 사진공동취재단)


올림픽 대표팀의 전력으로 성사된 한일전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있었다. 한국은 8강전에서 일본을 1대 0으로 제압했고,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런던올림픽부터 리우올림픽 개막 이전까지 4년 동안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2전 전승을 거뒀다.

일본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모처럼 축구이야기로 들끓었다. 비록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확보했지만 결승전 상대가 한국이어서 대표팀에 필승을 당부하는 의견이 꼬리를 물었다.

일본 축구팬들은 27일 야후 재팬 스포츠뉴스 게시판에서 한국의 결승 진출 소식에 “올림픽 동메달을 빼앗긴 4년 전의 수모를 설욕할 기회가 왔다” “싫은 상대와 대결이고 설욕전이어서 모처럼 중계방송 시청률이 올라갈 것 같다” “운명의 라이벌끼리 아시아 최강을 놓고 제대로 싸우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결승 진출로 인해 22년 전의 ‘도하의 비극’을 ‘도하의 기적’으로 바꾼 점도 일본 축구팬들에겐 즐거운 이야기거리였다. 일본은 1994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이라크에 동점골을 허용해 본선 진출권을 한국에 내줬다. 일본 언론과 축구팬들이 ‘도하의 비극’으로 기억하는 경기다.

지난 26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AFC U-23 챔피언십 4강전에서 경기 종료를 1분 앞둔 후반 추가시간 2분 이라크를 상대로 결승골을 넣어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하자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도하의 기적”이라고 표제를 바꿨다.


2016 AFC U-23 챔피언십 4강전에서 카타르를 3대 1로 제압하고 환호하는 올림픽 축구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조금 느긋한 한국… 신태용 감독의 유쾌한 공약

한일전을 앞둔 한국의 분위기는 일본과 비교하면 조금 느긋하다. 리우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한 기쁨을 만끽하면서 일본과의 숙적 대결을 담담하게 기다리고 있다. 2015 호주아시안컵에서 준우승한 한국과 8강에서 탈락한 일본의 엇갈린 표정은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부터 대표팀의 전적까지 모두 일본을 추월한 한국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신태용(46) 한국 U-23 대표팀 감독은 한일전 승리에 유쾌한 공약을 내걸었다. 신태용 감독은 27일 도하 알 사드 스타디움에서 개최국 카타르를 3대 1로 격파한 뒤 곧바로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부담을 덜고 편안하게 임하도록 준비해 다시 한 번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승리하면 기자회견장에 한복을 입고 등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신태용 감독은 그러나 “한일전은 아주 특수한 경기”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선수들도 한일전을 의식하고 있다. 대표팀의 막내 황희찬(20·잘츠부르크)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문제를 거론하며 필승을 다짐했다. 황희찬은 경기를 마치고 “한일전을 절대 질 수는 없다. 오직 이긴다는 생각 뿐”이라며 “요즘 위안부 할머니와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양국 사이에서) 역사적인 문제가 있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관련기사 보기]